평균자책점 선두, 첫 타이틀 가능성
8년연속 10승 등 꾸준함 대명사… 두산 이적 뒤 공격적 피칭 먹혀
“저는 임팩트가 없는 투수잖아요.” 듣고 보니 그렇긴 했다. 두산 장원준(32·사진)은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왼손 투수지만 에이스라 불리기엔 뭔가 부족했다.
그는 2014년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하며 4년간 84억 원의 특급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류현진(LA 다저스)이나 김광현(SK), 양현종(KIA) 같은 ‘특급’의 느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투수 부문 개인 타이틀을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스타일도 아니다. 굳이 1위에 올랐던 기록을 찾자면 2008년 기록한 최다 완투다. 그해 4차례나 완투를 했다. 하지만 최다 완투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공식 시상 부문이 아니다.
그랬던 장원준이 2004년 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것도 많은 투수들이 가장 탐내는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다. 7일 현재 장원준은 3.10의 평균자책점으로 2위 kt 피어밴드(3.14), 3위 KIA 헥터(3.27)를 앞서고 있다. 팀별로 20경기 내외씩을 남겨두고 있어 등판 기회는 많아야 5번 정도다.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역사적인 첫 타이틀을 따낼 수 있다.
올 시즌 장원준은 12승 7패를 거두며 여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8년 연속 10승, 10년 연속 100탈삼진 기록도 세웠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장원준은 자신의 호투 비결로 ‘정면승부’를 꼽았다. 그는 “롯데 시절이던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의 모토가 ‘No fear(두려워 말라)’였다. 항상 ‘도망가지 말라’, ‘결과를 두려워 말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고 했다. 그해 그는 처음 10승 투수가 됐다. 그는 “결국 마음가짐의 차이다. 맞지 않으려 도망갈수록 볼 카운트가 몰리고, 그럴수록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된다. 무조건 달려들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두산으로 이적한 뒤에는 “공격 앞으로”를 더욱 실천하고 있다. 두산이 홈으로 사용하는 잠실구장은 국내 야구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그는 “다른 구장이면 홈런이 될 공이 종종 플라이로 잡히곤 한다”고 했다. 또 두산은 내야진을 국가대표 선수들로 채울 만큼 탄탄한 수비를 자랑한다. “수비수들을 믿고 마음껏 던질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실제로 장원준은 올 시즌 KBO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땅볼(201개)을 유도했다.
장원준은 “타이틀이란 게 갖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스스로를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는 아닐지 몰라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같은 유니폼을 입은 지 3년 됐지만 거의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 몸 상태를 물어보면 항상 ‘괜찮습니다’라고 답한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감독으로서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는 투수다. 언제 봐도 준비가 돼 있는 선수를 어느 감독인들 안 좋아하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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