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에서 ‘포지션 파괴’로 존재감을 키운 김선형(29·187cm)과 최준용(23·200cm)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나란히 가드로 나서 스피드 있는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공격을 선도했던 경험을 소속팀 SK에도 접목시키겠다는 각오다.
김선형과 최준용은 지난달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통해 통상적인 1번 포인트가드와 2번 슈팅 가드의 경계를 깼다. 둘은 자리를 번갈아 바꿔가며 수비를 흔들어 놨다. 포인트가드 김선형이 빠른 발과 드리블로 1차 수비망을 벗겨내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면 최준용은 김선형에게 수비가 쏠리는 사이 발 빠르게 빈 공간을 찾아 지체 없이 슛을 던지거나 골밑을 파고들었다. 최준용이 슛에 약점이 있다고 분석한 상대는 다소 느슨하게 거리를 두다 던지고 파고드는 최준용의 빠른 움직임에 당했다. 최준용은 상대의 패스 길을 막거나 골밑 수비를 돕다가 나온 속공 기회 때면 전방으로 달리는 김선형에게 패스를 넣어주고 빠르게 쫓아가 편안하게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김선형은 최준용과 ‘콤비’로 뛰면서 고정 역할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었다. 김선형은 “준용이와 호흡을 맞추면서 개인 기술로 화려하게 득점을 올리는 것보다 이제 둘이 어떻게 하면 동료들의 ‘노마크’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파생된 득점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1번이니 2번이니 하는 자리 부담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능력이 안 되는 제가 1번으로 많이 기용돼 무수히 시행착오를 겪었다. 덕택에 1번 경험이 쌓이면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전체적으로 스피드를 살리는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최준용은 “무조건 선형이 형 덕이다. 연습 때 선형 형이 슈팅 감이 좋은데 왜 안 던지냐고 했다. 형의 말에 자신감을 갖고 던진 덕분이다. 슈팅이 들어가니 달리는 농구도 잘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둘은 아시아컵에서 통해 한껏 물이 오른 스피드 플레이를 다가오는 시즌에 소속팀에서도 그대로 이어갈 계획이다. 팀에는 속공 때 과감하게 솟아올라 던지는 3점슛 성공률이 좋은 테리코 화이트가 있고, 빠른 공수 전환에 능한 ‘장수 용병’ 애런 헤인즈까지 가세해 뛰는 농구에 더 재미 붙일 일만 남았다.
“지난 시즌에는 준용이가 몸이 안 좋아서 빠른 농구가 안 됐어요. 준용이가 공을 잡으면 내가 항상 받으러 가면서 템포가 느려졌죠. 그러다 보니 상대 수비가 진용을 갖춘 상황에서 저 혼자 하는 농구가 됐고요. 이제 준용이도 공을 잡으면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컨디션이라 같이 달리는 속공 옵션이 많아질 것 같네요. 준용이가 가드와 포워드 포지션까지 소화해야 해서 고민이 많겠지만 일단 빨리 뛰는 ‘패스트볼 콤비’가 될 것 같네요.”(김선형)
“대표팀에서 1번을 보면서 공이 없을 때 선형이 형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더라고요. 그 속도에 제가 서 있지 말고 맞춰가야 할 것 같아요. 이제 무조건 ‘닥치고 공격’하죠. 형.”(최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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