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다 된 밥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최강 뽐내더니 속수무책 10연패
커쇼 등 선발 무너진 경기 많아지고 호투하는 날엔 반대로 타선 무기력
잘 던지던 류현진만 애꿎은 불똥… “다루빗슈 일정 맞추려 류 등판연기”

‘역대 최고의 팀(BEST. TEAM. EVER)?’

류현진(30·사진)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8월 말 미국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표지를 장식했다. 이때만 해도 다저스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는 듯했다. 지난달 26일 현재 다저스는 91승 36패(승률 0.717)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었다. 1953년 세운 팀 역대 최다승(105승)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승(116승·2001년 시애틀) 경신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제목 뒤에 붙어 있는 물음표다. SI는 다저스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일까. 기사가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아 다저스는 이전과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지난달 27일 밀워키전 0-3 패배를 시작으로 5연패를 당했다. 9월 2일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의 호투 덕에 연패를 벗어났지만 이튿날 샌디에이고전부터 11일까지 10번 싸워 10번 모두 졌다. 10연패는 1992년 이후 25년 만이다. 다저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

11일 콜로라도전에서 1-8로 완패한 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클럽하우스가 좌절과 분노로 가득하다. 최근의 부진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0-2로 뒤지던 8회초 마크 레이놀즈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해 스코어가 0-6으로 벌어지자 몇몇 다저스 팬들은 일찌감치 구장을 떠났다.

기록 전문 업체 일라이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다저스는 전날까지 15경기에서 14승 1패와 1승 14패를 동시에 기록한 역대 4번째 팀이었다. 하지만 이날 패전으로 한 시즌 16경기에서 15승(1패)과 15패(1승)를 동시에 기록한 유일한 팀이 됐다.

다저스가 부진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투타 불균형이다. 8월 중순까지 막강 선발진이 톱니바퀴처럼 로테이션을 지켰지만 최근에는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하는 경우가 많다. 8일 콜로라도전에서는 에이스 커쇼마저 3과 3분의 2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10연패를 하는 동안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5.54에 이른다.

선발 투수가 잘 던지는 날엔 타선이 침묵한다. 류현진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6일 애리조나전이 대표적이다. 다저스는 그날 1-3으로 패했다. 최근 10경기에서 다저스 타선은 경기 당 2.4점밖에 뽑지 못했다. 평균 타율은 0.201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는데 선수들의 긴장이 일찍 풀렸다는 것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트레이드해 온 투수 다루빗슈 유, 베테랑 외야수 커티스 그랜더슨 등의 합류가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저스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승률 전체 1위(92승 51패·0.643)이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월드시리즈 우승은 어려워 보인다.

○ 류현진에게도 직격탄

류현진의 상황도 불안해졌다. 하루 전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른다고 발표하면서 “수술을 받은 류현진이 올해 21경기나 선발로 뛰었다.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유력 언론 LA타임스는 11일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는 것은 다루빗슈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최근 부진에 빠진 다루빗슈를 샌프란시스코나 필라델피아 등 약팀을 상대로 등판시키기 위해 로테이션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다루빗슈는 최근 3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9.51로 부진하다. 하지만 다저스는 여전히 그를 포스트시즌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 류현진의 선발 등판은 커쇼나 다루빗슈의 일정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가 주춤하는 사이 워싱턴은 이날 필라델피아에 3-2로 승리하고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결정지었다. 올 시즌 첫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이다. 같은 날 클리블랜드는 볼티모어를 3-2로 꺾고 18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a 다저스#류현진#류현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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