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포워드 백지은(30·177cm)은 여자프로농구에서 스타덤에 오른 선수는 아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인생역전 스토리로 유명하다.
고교를 졸업하고 연습생 신분으로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에 입단해 2년 뒤 정식선수가 됐다. 연습생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팀 사정상 2년 만에 짐을 싸야 했다. 갈 곳이 없었던 그는 대학진학을 선택했다.
용인대에서 농구를 이어갔다. 대학교 3학년 때인 2013년 신청한 2번째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2번으로 KEB하나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감격이었다. 그랬던 백지은이 이제는 프로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의 주장까지 맡았다. 대학 출신으로는 아직 그만큼 성공한 스토리를 만들어낸 선수가 없다. 늦게 피어서 더 아름다운 꽃처럼 놀라운 인생역전을 이뤄냈다.
백지은은 일본 나고야에서 진행 중인 팀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9월 12일 미쓰비시와의 연습경기 때도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주장으로서 동료들이 어린 팀의 특성상 코트 위에서 말로 리드해야 했다. “원래 계속 떠드는 스타일이라 조용히 하면 농구가 잘 안 되다”면서 밝게 웃은 백지은은 “함께 뒤는 선수들이 아직 어린 탓인지 유독 우리 팀은 업다운이 심하다. 그래서 더 말을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지훈련 뿐 아니라 국내에서 훈련할 때도 후배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3∼4년을 함께 한 선수들이라 새 시즌에는 호흡도 더 좋아질 것 같다. 지난 시즌과는 확실히 다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농구선수로서는 신장이 큰 편이 아니지만 상대의 빅맨을 수비하는 중요한 역을 책임진다. 파워와 근성을 앞세워 KEB하나은행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내고 있다. 백지은은 “2번째 프로선수가 되고 나서‘내가 경기에 뛰려면 할 수 있는 게 수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다. 힘은 타고 났다. 하지만 골밑 수비는 힘만으론 안 된다. 입단 이후 4년간 꾸준하게 근력운동을 했는데 시즌을 거듭할수록 몸이 좋아진 덕분”이라며 비결을 공개했다.
어렵게 프로선수가 돼 꿈을 실현하고 있는 그의 마지막 목표는 우승이다.
농구를 시작한 이후 초중고대학과 프로까지 딱 한 번 정상에 서봤다. 그것도 대학무대에서 이룬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준우승 경험이 더 많다. “팀이 우승하는 게 목표다. 강이슬 선수가 ‘언니들이 은퇴하기 전에 꼭 우승반지를 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팀에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들과 합심해서 꼭 팀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백지은은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