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후쿠이(福井) 현에서 열린 일본 학생 학교 대항 육상선수권. 남자 100m에서 토요(東洋) 대학의 키류 요시히데(桐生祥秀·21) 선수가 일본 신기록인 9초 98을 기록했다. 일본 선수로는 처음으로 10초의 벽을 깬 것이다. 과거 일본 기록은 1998년 이토 코지(伊東浩司)가 방콕 아시아 경기에서 세운 10초 00.
키류는 괴로움을 견뎌낸(苦節) 나날이었다. 교토의 고교 3학년이던 2013년 당시 일본 역대 2위인 10초 01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초속 3.3m의 바람을 타면서 공인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9초 87을 찍었다. 9초대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기록 단축은 쉽지 않았다. 지난 6월 일본 선수권에서도 9초대 진입을 기대했지만 경쟁자들에게 밀려 4위에 머물렀다. 8월 런던 세계 선수권 대표 자격도 놓쳤다. 세계 선수권 400m 릴레이의 일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100m에 출전한 사니브라운 하킴, 타다 슈헤이(多田修平), 케임브리지 아스카(飛鳥) 3명의 경기를 자리에 앉아 지켜봐야만 했다.
그는 런던 대회 릴레이에서 왼발을 다쳐 충분한 연습 없이 100m 출전을 강행했다. ‘여기서 밀리면 패하는 버릇이 생긴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출전한 레이스였다.
키류는 전력질주한 뒤 약간의 불안이 머리를 스쳤다고 한다. 전광판 속보 표시에는 9초 99가 적혀있었다. 19년 전 이토의 일본 신기록의 때도 속보 표시는 9초 99였고 최종 결과에서 10초 00이 된 적이 있다. 그는 “10초 00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최종적으로 9초 98이 기록됐다. 키류는 환호했다.
키류는 초등학생 시절엔 축구 선수였다. 그 때부터 발이 매우 빨랐다. 드리블을 하면 공을 좌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직선으로 달리며 상대를 제쳤다. 한 때는 골키퍼로 기용되기도 했다. 그 이유 역시 순발력에서 반응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수비 범위가 넓어 페널티 지역을 자꾸 벗어나 상대 공격수보다 빨리 공을 따라잡는 장면도 많이 연출했을 정도라고 한다.
키류의 9초대 진입은 진정 가치 있는 기록이다. 동해(일본에선 ‘일본해’) 쪽에 위치한 후쿠이 현의 이 경기장은 입지적으로 훈풍이 잘 분다. 이 레이스에서 뒷바람 1.8m가 부는 등 기록을 낼 조건은 좋았다.
9초대를 기록한 선수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120명을 넘는다. 하지만 대부분 아프리카에 뿌리를 가진 선수들이다. 일본 육상이 일류로 진입한 것은 틀림없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세계 기록 9초 58에는 아직 길이 멀다. 그러나 키류는 “(100m에서) 9초대를 일정하게 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세계의 출발선에 선 만큼 (나의) 육상 생활은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결승에 진출하면 일본 선수로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88년 만이다.
※추신: 한국에서도 하루 빨리 9초대에 진입하는 선수가 나오길 기대한다.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교토대 재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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