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위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장성우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운 kt가 5-4로 승리하며 이틀 연속 LG를 상대로 승리했다. 경기 후 kt 김진욱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수원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kt는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사상 최초로 100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샀다. 그러나 시즌 막판에 만만치 않은 힘을 내고 있다. 특히 순위싸움을 하는 상위권 팀들을 만나 혼쭐을 내주면서 강력한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8월 27일 대구 삼성전 승리를 시작으로 15일 수원 LG전까지 17경기 동안 연패가 단 한 차례도 없다. 연승은 해도 연패를 하지 않는 팀으로 변모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 사이 NC, SK, 넥센, 두산, 롯데, LG 등 갈 길이 급한 팀들에게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고춧가루만 뿌리는 팀으로 남을 수는 없는 일. kt 김진욱 감독은 15일 수원 LG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내년엔 고춧가루를 뿌리는 게 아니라 고춧가루를 맞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해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단순한 농담만은 아니었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최하위를 한 kt다. 올해까지는 그래도 신생팀이라는 면죄부가 주어질 수 있지만, 내년에도 이런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은 얼굴에서 농담기를 뺀 채 “다음 시즌엔 정말 냉정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올 시즌은 감독 부임 첫해로 선수들과 서로 알아가는 과정인 데다 신생팀으로서 선수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부여했지만, 내년부터는 올해와 다른 팀 운영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하는 선수는 여기(1군) 벤치에 앉을 수 없다. 1년이 지났으면 감독의 말 하나, 표정 하나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선수들도 파악했을 것”이라며 “1년간은 선수들이 새로운 코칭스태프와 맞춰가는 과정이었지만 내년에도 올해처럼 하면 또 꼴찌다.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제시하는 길도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감독은 기본기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수비에서 송구 실책이나 핸들링 미스를 하는 것은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실수지만, 기본적인 베이스 커버 실수나 본헤드 플레이를 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kt가 내년엔 김 감독의 바람대로 고춧가루를 뿌리는 팀에 그치지 않고, 시즌 막판 고춧가루 맞는 것을 걱정하는 상위 팀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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