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KLPGA ‘BMW 레이디스’ 1타차 우승 통산 9승째…“타이틀 방어해 정말 기쁘다”
우승의 향방을 결정짓는 18번 홀(파5) 마지막 파 퍼트가 홀컵 주위를 맴돌았다. 모두가 숨죽이는 상황. 반 바퀴를 돌던 공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디펜딩 챔피언의 타이틀 방어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고진영(22·하이트진로)이 9월 17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파 71·651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 1타차 역전우승을 차지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4라운드 3언더파를 포함해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경쟁자들을 제쳤다.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이은 2017시즌 2승째. 우승상금 3억원도 함께 품어 상금랭킹에서도 3단계 오른 3위(6억8535만원)에 올랐다.
고민 끝에 선택한 결정이 맞아떨어졌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와 동시에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서지 않았다. 많은 동료들이 2017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프랑스로 떠났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로 했다.
출발부터 산뜻했다. 고진영은 대회 첫 날 버디 5개(보기 3개)를 잡은 뒤 2라운드에서 다시 3타를 줄여 상위권(공동 9위)으로 진입했다. 이어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선두 이승현(26·NH투자증권)과는 단 1타차. 막판 우승 경쟁은 고진영과 이승현, 허윤경(27·SBI저축은행)의 3파전이었다. 고진영이 2번 홀 버디로 ‘장군’을 부르자 이승현이 7번 홀 버디로 ‘멍군’을 불렀다.
그 사이 허윤경이 15번 홀까지 버디를 6개나 낚으며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운명은 15번 홀(파4)과 16번 홀(파3)에서 갈렸다. 이승현은 15번 홀에서 벙커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해 우승에서 멀어졌다. 허윤경은 16번 홀에서 1타를 잃어 공동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고진영은 11번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14∼15번 홀 연속 버디 이후 마지막 홀에서 파를 지켜 2연패를 사수했다.
우승 직후 두 팔을 활짝 벌려 기쁨을 표현한 고진영은 “18번 홀 파 퍼트가 들어가지 않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다”며 큰 숨을 내쉰 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회여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 챔피언 타이틀을 방어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