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골키퍼는 배구의 세터, 야구의 포수와 함께 특수 포지션이다. 그라운드나 코트에서 감독의 시선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야전 사령관이다. 한번 주전이 되면 쉽게 자리를 내주지도 않는다.
특히 골키퍼는 팀의 골문을 지키는 최후방 수비수다. GK의 실수는 곧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력 있는 골키퍼의 존재는 팀 수비 안정의 필수다.
수원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스틸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신화용(35)을 야심 차게 영입해 골문을 강화했다. 골은 한 경기의 승리를 책임지지만 수비는 리그 우승을 안겨다준다는 축구격언을 믿고 내린 투자였다.
하지만 시즌 초·중반 베테랑 이정수(37)의 갑작스러운 은퇴와 주축 수비수들의 줄 부상으로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다. 여름 올스타 휴식기에 앞서 서정원(47) 감독이 수비수 보강을 원했던 것도 수비강화를 위한 포석이었다.
신화용 역시 새로운 팀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수원삼성은 7월 중순부터 차츰 수비의 안정감을 되찾았다. 신화용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9월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8라운드 전남드래곤즈 전에서는 눈부신 선방을 펼치면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수원삼성은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16일 대구와의 29라운드에서도 0-0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냈다. 그가 버텨주면서 최소한 지지는 않았다.
수원삼성은 K리그 클래식 이외에 ‘2017 KEB하나은행 FA컵’ 일정도 소화한다. 지난해 우승팀 수원삼성은 10월 25일 부산에서 부산아이파크와 결승 진출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인다. FA컵은 정규시간과 연잔전에서 무승부가 나오면 승부차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골키퍼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서정원 감독은 “사실 지난해 골키퍼 포지션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신화용을 영입하면서 수비에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 신화용도 우리 팀에서온 뒤로 이전보다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경험이 많은 덕분에 경험이 부족한 수비수들에게 경기 중 위치 선정이나 움직임에 좋은 충고나 지적을 많이 해준다. 최근 2경기 연속 무실점은 신화용이 잘해준 덕분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