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무대를 호령했던 골프 여왕이 이제 친근한 언니로 변신해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현역시절 경험담을 듬뿍 담은 한 마디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를 수놓는 현재의 별들이 귀를 쫑긋거렸다.
9월 21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골프클럽엔 한국골프의 전설 박세리(40)와 그를 따르던 후배들이 한데 모였다. 22일부터 열리는 KLPGA 투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진행한 미디어데이가 무대였다.
대회 호스트 박세리를 비롯해 박성현(24), 최나연(30) 등이 참석해 뜻 깊은 시간을 공유했다. 박세리는 2014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초청대회를 직접 주관하고 있다. 그간 받았던 사랑을 후배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뜻에서였다. 미디어데이 시작과 함께 “이번 대회 호스트를 맡은 박세리입니다”라고 수줍게 말문을 연 맏언니는 이내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이어나갔다.
박세리는 “여기까지 혼자 힘으로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선·후배들이 함께 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젠 후배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후배 선수들이 대단한 이유 중 하나는 세계 어디에서도 짧은 시간에 적응을 잘 한다는 점이다. 우승을 휩쓴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우승하는 장면을 보며 내가 정상에 오를 때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 감동적이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며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박세리를 ‘감독님’, ‘선배’, ‘세리 언니’라고 부르는 후배들은 따뜻한 조언을 듣고는 각자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3년 만에 국내 복귀전을 치르는 최나연은 “지난 1년 반 동안 골프가 잘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혼자 뛰다보니 힘들고 외로운 날이 많았다”고 고백해 좌중을 놀라게 한 뒤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이번에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고 가겠다”고 했다.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데뷔시즌 활약으로 각종 랭킹 상위권을 달리는 박성현은 “주위에서 타이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나 역시 욕심은 조금 난다. 특히 최저타수상은 놓치고 싶지 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이날 박세리는 ‘세리 키즈 2기 장학생’ 임희정, 권서연, 박현경 양에게 골프 장학금을 전달했다. 1기 장학생이었던 이수연은 이날 전달식에 함께해 직접 축하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