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듯하던 1위 싸움의 불꽃이 막판에 다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선두 KIA가 치고 나가지 못하면서 2위 두산의 추격 가시권에 또 들어갔기 때문이다. KIA는 21일까지 135경기를 소화하면서 81승1무53패를 기록해 두산(80승3무55패)에 1.5게임차로 앞서 있다.
KIA로선 다소 답답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올 시즌 KIA가 단독선두 질주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하던 ‘투타의 쌍끌이’ 에이스 양현종과 4번타자 최형우가 시즌 막판에 슬럼프에 빠져 있다는 점이 찜찜하다.
양현종은 8월 15일까지만 해도 17승3패, 방어율 3.38로 다승 단독 1위를 달렸다. KBO리그에서 2000년대 들어 종적을 감춘 토종투수 20승은 당연해 보였다. 해태 시절을 포함해 1990년 선동열이 22승을 거둔 뒤 타이거즈 투수로서는 27년 만에 20승 고지를 밟는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6경기에서는 1승3패에 방어율 4.86으로 부진하다. 그 1승도 9월 8일 광주 한화전에서 7이닝 5실점(4자책점)을 기록하며 거둔 것이다. 19일 광주 SK전에서 6이닝 6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지면서 이제 남은 2경기 선발등판에서 모두 이겨야 20승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18승을 거둔 투수인데 부진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에이스를 감쌌다.
문제는 4번타자 최형우의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형우는 개막 이후 줄곧 가장 강력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됐다. 전반기만 해도 타율 0.374에 22홈런 81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프리에이전트(FA) 모범 선수로 평가됐다. 그런데 후반기 성적이 신통찮다. 후반기 49경기만 따지면 타율은 3할대(0.313)지만 홈런이 단 4개에 불과하다. 타점은 39개다. 여느 선수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최형우에 대한 기대치를 떠올리면 부족하다. 특히 홈런이 나오지 않는 데 대해 스스로도 “이상하게 타구가 뜨지 않는다”며 고민을 하더니 괜찮게 유지하던 타율마저 떨어지고 있다. 9월 16경기에서는 타율 0.241에 1홈런 8타점에 그치고 있다. 후반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시즌 타율 0.351에 26홈런 120타점으로 여전히 호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30홈런 돌파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둘의 공헌 속에 선두를 질주해온 KIA지만, 이들이 나란히 시즌 막판 주춤거리면서 다시 두산에 추격의 빌미를 허용한 것도 사실이다. 2009년 이후 8년만의 통합우승을 노리는 KIA로선 정규시즌 우승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 제패를 위해서도 두 기둥의 페이스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KIA는 22일 광주에서 두산을 만난다. 양 팀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이다. KIA가 이긴다면 2.5게임차로 벌어져 사실상 1위 싸움은 끝난다. 반대라면 0.5게임차로 좁혀져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 올 시즌 양 팀의 상대전적도 7승1무7패로 호각세. 특히 양 팀 모두 올해 상대전적에서 열세인 팀이 없는데, 이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 최후의 승부에 두산은 장원준, KIA는 헥터 노에시를 선발투수로 준비하고 있다. 장원준은 올 시즌 12승9패를 기록 중인데, KIA전에서는 3승무패다. 지난해까지 포함해 6연승 무패로 기분 좋은 자신감을 안고 있다. 헥터는 올 시즌 18승4패를 기록 중인데 20승 고지를 밟기 위해서는 이날 승리가 절실하다. 헥터는 지난해 두산전 등판이 없었지만 올 시즌 두산전에서는 3승무패로 역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