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꿈을 안고 출발했다. 그러나 넥센은 2012시즌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했다. 냉정히 말해 2017년은 실패한 시즌이다.
넥센은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2-7로 패하며 5강 탈락 트래직넘버가 모두 소멸됐다. 잔여경기 3게임을 모두 이겨도 올 시즌 PS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여러 호재가 따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많은 숙제를 남겼다. 4년 연속(2013~2016 시즌) PS에 진출하며 구축한 강팀의 면모도 많이 옅어졌다. 넥센이 재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는 큰 틀에서 두 가지다.
● 미래 지향? 적정선을 지켜라
넥센은 선수 육성에 많은 공을 들이는 구단이다. 젊은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다. 선수들이 ‘가고 싶은 구단’으로 넥센을 첫 손에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이저리그(ML) 출신 외국인타자 마이클 초이스도 넥센을 빌리 빈 단장이 재직하던 2013시즌 오클랜드와 비교하며 “다른 팀에서 활약하는 넥센 출신들이 많다. 이는 넥센이 육성을 매우 잘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창단 첫해인 2008년 이후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도 2011시즌 직후 이택근(4년 50억원)이 유일하다. 이택근도 사실상 ‘친정 복귀’였다.
그러나 지나친 미래지향은 곤란하다. 지금의 넥센이 그렇다. 시즌 중반 타선의 핵인 윤석민(kt)과 지난해 세이브왕 김세현(KIA)을 트레이드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 두 명은 성공을 경험했다. 젊은 선수들이 흔들릴 때 힘을 보탤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살얼음판 승부가 한창일 때 미래를 택했다. 이들의 트레이드 반대급부인 서의태와 정대현, 손동욱과 이승호는 당장 가려운 곳을 긁어줄 만한 자원이 아니었다. 게다가 윤석민과 김세현이 이적 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넥센으로선 더욱 속이 쓰리다. 이정후와 장영석, 초이스의 활약이 성적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뼈아프다. 우승 전력을 갖추고 팀을 운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큰데, 팀에 꼭 필요한 두 명의 이적으로 ‘윈 나우(Win Now)’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4년 연속 PS를 경험한 팬들이 원하는 것은 육성보다 성적이다.
● 잡음을 최소화하라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6 시즌 중반 이장석 대표이사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구단이 발칵 뒤집어진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유명 IT기업에 팀을 매각할 것이란 소문까지 돌았다. 윤석민과 김세현의 트레이드 때 “현금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일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추가로 트레이드될 수도 있다는 괴소문이 불거졌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가을야구는 해야 한다”며 힘을 모은 선수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팀은 9월 17경기에서 4승1무1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고, PS 경쟁에서 탈락했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현장에서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야구는 멘탈(정신력) 스포츠다. 잡음을 최소화할 수 없다면, 최소한 현장을 흔들리게 해선 안 된다. 미래에 대한 확신도 심어주지 못하면서 막연히 좋은 성적을 요구한다면 그 누가 따라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