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코리아 2017 스페셜’ 최종일
윤중헌, 극적 스퍼트로 3관왕에… 동호인 사이클 ‘26세 황제’ 떠올라
강릉-정선 순회 올림픽 붐 조성
결승선 300m를 남겨 놓고 레드 폴카 닷 저지(산악왕이 입는 빨간 물방울 셔츠)를 입은 선수가 무리에서 튀어나왔다. 무서운 속도로 페달을 밟은 그는 이내 두 팔을 번쩍 들었다. 3구간 우승이자 영예의 옐로 저지(개인종합 우승)를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투르 드 코리아(TDK) 2017 스페셜’이 24일 강원 평창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22일 강원 강릉, 23일 정선 등 세 구간에서 247.1km(퍼레이드 구간 6.3km 포함)를 달렸다.
TDK 스페셜은 치열한 예선을 거치는 데다 국제사이클연맹(UCI) 주최 국제대회 수준과 동일하게 운영되는 유일한 이벤트라 동호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올해 대회는 ‘동호인 사이클계의 크리스 프룸’으로 불리는 윤중헌(26·팀 트렉-화신·사진)을 위한 잔치였다. 프룸은 세계 최고의 도로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최근 3연패 및 통산 4회 우승을 달성한 사이클 황제다.
윤중헌의 개인종합 우승은 극적으로 완성됐다. 강릉 1구간에서 우승했던 그는 정선 2구간에서 대니얼 마쿼트(미국)에게 59초 뒤진 2위를 하며 옐로 저지를 내줬다. 평창 3구간은 비교적 평탄한 코스를 9바퀴 도는 서킷 레이스라 이변이 없는 한 옐로 저지 주인공이 다시 바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 마쿼트에게 불운이 덮쳤다. 레이스 도중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이다. 맨 뒤로 처졌다가 무서운 속도로 다시 페달을 밟았지만 간격이 너무 벌어진 뒤였다. 윤중헌은 “다른 선수의 불운 덕분에 우승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최고의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기쁘다”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쿼트를 찾아가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던 마쿼트는 “당신이 정말 잘했다”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윤중헌은 2014년 사이클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뒤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사이클의 매력에 빠져 사이클 숍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해 지난해 레드 폴카 닷 저지를 입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옐로 저지, 레드 폴카 닷 저지에 스프린트 1위가 입는 블루 저지까지 입으며 사실상 전 부문을 휩쓸며 ‘마스터스 최고수’로 등극했다.
대회를 성황리에 마친 황용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도시인 강릉시, 정선군, 평창군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이다. 앞으로도 모든 동호인이 정말 ‘스페셜’하다고 말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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