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를 지배한 삼성화재는 최근 2시즌 그 후광효과를 상당부분 상실했다. 2015~2016시즌 창단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나가지 못하더니 2016~2017시즌은 봄배구조차 하지 못했다. 절치부심의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는 ‘기본’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삼성화재의 우승 DNA를 지닌 신진식 감독 체제로 개편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뛰어들어 최대어 센터 박상하까지 영입했다. 신 감독은 데뷔 무대였던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에서 재활 중인 외국인선수 타이스 없이 토종선수만으로 4강에 올려놓는 성과를 냈다. 삼성화재를 두고, 배구계의 시선은 우승부터 꼴찌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 말은 곧 신 감독이 다뤄야 할 영역이 그만큼 넓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황동일, 삼성화재 세터 계보를 이을까?
삼성화재의 FA 박상하 영입은 예정된 수순에 가까웠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박상하를 얻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삼성화재가 짠 보호선수 리스트는 배구계에 충격을 줬다. 삼성화재의 ‘리빙 레전드’인 세터 유광우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다. 우리카드는 FA 보상선수로 지체 없이 유광우를 지명했다. 이는 곧 삼성화재가 신영철(전 한국전력 감독)~최태웅(현대캐피탈 감독)~유광우(우리카드)의 뒤를 이을 새 세터 체제로 팀을 재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신 감독은 기존의 백업세터였던 이민욱 대신 세 번째 세터 황동일을 A옵션으로 설정했다. 황동일의 하드웨어(신장 194㎝)에 모험을 건 것이다. 그동안 세터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여러 팀을 전전했던 황동일이었다. 센터로의 포지션 전향도 해봤다. 현역 인생 마지막 기회를 삼성화재에서 잡은 셈이다. KOVO컵에서 황동일은 우려를 깨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직 세터로서의 마인드 컨트롤에서는 갈 길이 멀다. 주전으로 풀시즌을 뛰어본 적이 없기에 장기 레이스인 V리그에서 체력 관리를 어떻게 끌고 갈지도 미지수다. 삼성화재의 높이는 올라갔고, 사이드 공격의 밸런스도 나쁘지 않다. 결국 이를 조율할 황동일이 어디까지 해내느냐에 삼성화재의 순위가 변동할 상황이다.
● 장기레이스를 버텨낼 수 있을까?
KOVO컵을 통해 얻은 최대 수확은 ‘어느 팀과 붙어도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의 확보다. 삼성화재의 주전 스쿼드의 경쟁력은 어느 팀과 붙어도 밀리지 않음이 입증됐다. FA 센터 박상하도 실력에 걸맞게 팀에 융화되고 있다. FA로 잔류한 리더이자 라이트 박철우는 군 제대한 뒤 바로 뛰었던 지난시즌과 달리 처음부터 충실히 몸을 만들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던 타이스의 회복도 KOVO컵 4강전을 뛸 정도로 예상보다 빨랐다.
삼성화재가 내부적으로 가장 걱정하는 지점은 가용전력의 두께다. 라이트, 레프트, 센터 포지션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면 메우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삼성화재 서브 리시브의 핵인 류윤식이 흔들리면 마땅한 답을 찾기 어렵다. 삼성화재는 25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세터와 레프트를 집중적으로 뽑았다. 육성을 해야 할 선수들이지만 신 감독이 내심 즉시전력으로 생각할 만큼 삼성화재의 선수층은 열악한 편이다. 초보감독인 신 감독이 어떻게 주전 선수들을 관리할지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있다.
● 타이스의 서브는 개선될까?
삼성화재 외국인 레프트 타이스는 공격력에 있어서 V리그 원 톱이다. 2016~2017시즌 V리그 득점왕으로 이미 검증된 실력에, 인성까지 겸비했다. 이런 타이스가 삼성화재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서브다. 서브 실수가 심각할 정도로 잦았다. 타이스가 네덜란드 대표팀에 가 있는 시간이 길어서 이를 교정할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타이스는 스파이크 서브에 애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신 감독의 첫 번째 가치는 ‘범실 줄이기’다. 그것이 삼성화재 배구의 승리루트라고 확신하고 있다. 결국 타이스가 서브 실수를 스스로 줄이지 못한다면 신 감독은 손을 댈 작정이다. “스파이크서브가 계속 안 되면 플로터서브의 병행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타이스와 박철우가 어떻게 서브 위력은 올리고, 실수는 줄일지가 삼성화재 중흥의 중대변수다.
유광우의 이적으로 삼성화재에는 ‘원 팀 플레이어’가 사라졌다. 삼성화재 고유의 문화가 상실되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사람은 바뀌어도,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삼성화재 배구의 가치는 퇴색하지 않는다’고 이 팀의 구성원들은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