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롯데의 2017시즌은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를 빌리면 ‘돌이켜보면 모든 시간이 좋았다.’ 지금까지의 성취만으로도 롯데의 2017시즌은 드라마틱했고, 성공적이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팀 체질개선과 가을야구라는 어쩌면 배치될 수 있는 두 가지 가치를 상당부분 충족시켰다. 후반기의 반전에 호응한 부산 팬들은 사직 100만 관중으로 보답했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결산의 기쁨을 맞고 있는 취임 2년차 조 감독의 소회를 들을 때가 왔다.
● 관리와 투혼의 절묘한 결합
-3위가 보인다.(웃음)
“욕심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법하다.
“그렇다. 패배가 승리보다 8개나 많았던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78승2무62패) 올라왔다. 돌이켜보면 관리가 잘 됐다. 지난해에는 처음 감독을 해서 막연히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어긋나는 일이 많더라. 올해는 번즈와 (전)준우가 옆구리근육 찢어졌을 때를 제외하고 아픈 선수 없이 잘 버텼다. 지난해에는 백업 준비가 안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외야에서) 이우민, 나경민이 역할 해줬고, (내야도) 문규현, 신본기, 김동한, 황진수까지 수비에서 잘 해줬다.”
-전반기만 해도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겠다. 특히 계약 마지막해라 더 조급했을 텐데.
“흐름만 잘 타면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작년보다는 심적으로 편했다. 가진 것 없이 감독이 됐고, 아등바등 해서 감독된 것도 아니고… 지난해는 부담감도 있었고, 우왕좌왕도 했고, 힘들었는데…. 계약 마지막해라고 감독이 나선다고 해서 되는 거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치고 올라가겠다 싶었던 계기는?
“일단 역전승이 많았다. 특히 8월 첫째 주 LG전 3연패 이후 넥센을 만나서 3연승을 한 것이 포인트였다. 넥센이 에이스를 냈는데 모두 역전으로 잡으며 분위기 반등이 됐다.”
-3위까지 치고 갈 줄 알았나?
“당시만 해도 게임차가 많았다. 우리는 장기 플랜을 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매 경기에 집중하자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후반기에 손승락이 힘든 상황에서 투혼을 발휘해줬다. 3연투도, 자진등판도 해줬다. 그 흐름을 넘기니 타선이 터지더라. 박진형, 조정훈까지 필승조가 완벽하게 구축됐다. 타선은 야수 전체가 투혼을 발휘했다. 강민호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자기 자리 지키며 내색 안 했다. 이대호는 벤치에서 파이팅 내고, 후배들을 다독거리고, 몸 안 좋은 거 아는데 ‘괜찮다’고 하고 나갔다. 손아섭, 전준우까지 감독으로서 고맙다.”
-지난해 1승밖에 얻지 못한 NC를 맞아 9승7패를 한 것도 소득이다.
“지난해 사실 매 경기 일방적으로 진 것은 아니었다. 고비를 못 넘었는데 ‘이게 힘이구나’라는 느낌도 있었다. 이대호가 와서 선수단 중심을 잡아주며 두려움 떨쳐낼 수 있었다. 첫 개막 3연전을 2승1패로 가져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엔트리 모든 선수가 MVP
-온라인, 오프라인의 팬 반응 달라진 것이 실감나나?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성적 안 나면 감독은 싫은 소리 듣고, 성적 나면 좋은 소리 듣는다.”
-혹시 ‘보석두’, ‘에메랄두’ 애칭은 들어봤나?(웃음)
“(웃음) 어휴~, 댓글은 절대 안 본다. 기사만 읽는다. 마음에 응어리가 질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에서 얘기는 해준다. 결과가 말해주는 것 같다. 7~8등하면 당연히 팬들은 좋지 않은 얘기 할 수 있다. 잘하면 좋은 소리 듣는 것이고…. 감독이 감수해야 될 부분 아니겠나?(웃음)”
-사직구장에 다시 100만 관중이 왔다.
“포스트시즌 진출만큼이나 의미 있다. 경기가 끝나고 감독실에 앉아있으면 롯데 응원가 부르고 나가는 팬 분들의 소리가 다 들린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니까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열광도 해준다. 고맙고 흐뭇하다.”
-1999년 이후로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못 나가고 있다.
“하루살이다. 아직 2경기 남아있다. 너무 멀리까진 안 본다. 일단 정규시즌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얇은 선수층으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끌어냈다.
“다 선수 덕이다.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열심히 싸워줬다. 투혼에 감사한다. 모든 찬사는 선수가 받아야 한다.”
-프런트에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우여곡절 힘든 때가 많았는데 사장님, 단장님이 기다려주고, 현장에 모든 걸 맡겨주신 덕분에 내 야구 할 수 있었다. 고맙다. 팀이 안 되면 사장, 단장이 건드릴법한데 일체 그런 것이 없었다.”
-조 감독이 선정한 MVP를 꼽아달라.
“(웃음) 선수들 모두. 엔트리 막내부터 최고참까지, 못한 선수가 없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지 단 한 명의 선수 덕분에 온 것이라 생각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