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에서 눈물 참느라 혼났어요. 지난해 우승한 뒤 울었고 며칠 전 정기전 때도 그러는 바람에 ‘울보’라는 말까지 들었거든요. 결국은 코트 밖에서 울었지만요. 하하.”
젊은 사령탑 은희석 감독(40·사진)이 연세대 농구의 전성기를 다시 열었다. 연세대는 27일 열린 2017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영원한 맞수’ 고려대를 꺾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연세대는 이에 앞서 22일 열린 정기전에서도 고려대를 누르고 2011년부터 이어온 6년 연속 무승(1무 5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2014년 8월에 부임해 그해 정기전에서 농구를 포함해 역대 처음으로 5개 전 종목에서 패했죠. 농구는 그 뒤에도 2년 동안 1무 1패로 승리가 없어 동문들께 죄송했는데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던 것 같습니다.”
은 감독은 정기전 승리와 대학농구리그 우승의 공을 “벤치 멤버를 포함한 모든 선수”에게 돌렸다. “저학년 선수들이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잘해줬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주장인 가드 허훈(22·181cm)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농구 대통령’ 허재 국가대표 감독의 둘째 아들인 허훈은 정기전에서 30점을 쏟아부었고 챔피언결정전 2경기 평균 16.5득점, 11.5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훈이가 아버지를 닮아 농구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어요. 가끔 부원들 회식도 시켜줘요.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그때마다 아빠(허재 감독)에게 ‘후배 고기 사줘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했다네요.”
경복고 연세대 출신인 은 감독은 2000년 프로농구 SBS(현 KGC)에 입단해 2013년 은퇴할 때까지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모범이 됐다. 지도자로서도 그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량뿐 아니라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칭찬받는 선수들로 만들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허훈을 포함해 안영준 김진용 등 졸업을 앞둔 4학년 3명은 어느 팀에 가도 자신을 낮추며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자신해요. 다시 한 번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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