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수비요정’ 번즈, 공은 여기서 멈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29일 22시 17분


롯데 번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번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안정된 포구와 정확한 송구는 좋은 내야수가 갖춰야 할 기본조건이다. 여기에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넓은 시야까지 탑재돼 있다면 그야말로 리그를 호령하는 수준급 내야수라 할 수 있다. 롯데의 주전 2루수 앤디 번즈(27)는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갖춘 선수다.

번즈는 2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시즌 16차전에 7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전했다. 그는 28일까지 114경기에서 417타수 125안타를 때려 올 시즌 처음으로 타율 3할 대에 진입했다. 최근 10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471, 2홈런, 8타점. 불방망이를 자랑하며 거인군단의 하위타선에서 맹공을 펼쳤다. 29일 경기에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해 물오른 기세를 과시했다.

그런데 이날 번즈의 활약이 돋보인 곳은 타석이 아니었다. 멀티히트보다 빛나는 활약을 펼친 장소는 바로 그라운드 위였다. 2만 5000명의 만원관중은 번즈의 그물 수비에 탄성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롯데 번즈(왼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번즈(왼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4회초 타자들의 연속안타와 상대투수의 보크를 틈 타 순식간에 5득점했다. 넉넉한 점수 차에 선발투수 조쉬 린드블럼의 호투까지 이어지니 승부의 추는 일찌감치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방심 할 수는 없었다. 아직 5회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 더군다나 상대는 막강한 장타력을 갖춘 SK였다. 추격점수를 허용할 시 낙승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불안감은 곧바로 현실로 찾아왔다. 롯데는 5회말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한 뒤 8번타자 김성현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에 처했다. 이후 9번타자 이성우에게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향하는 내야안타를 맞았다. 타구가 워낙 깊어 아웃카운트를 잡기는 무리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2루수 번즈가 몸을 날려 공을 잡았다. 2루주자 최항은 타구가 내야를 빠져 나갔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3루를 돌고 있었다. 급하게 멈춰 섰지만 3루 베이스를 이미 상당히 벗어난 뒤였다. 번즈는 이 상황을 정확히 보고 재빨리 공을 3루로 던졌다. 최항을 태그아웃으로 잡아내며 롯데는 5회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롯데 번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번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번즈는 이후 이닝에서도 다시 한번 좋은 수비를 보였다. 6회말 선두타자 노수광의 2루수 오른쪽 깊은 타구를 몸을 날려 잡은 뒤 깔끔한 1루 송구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결정적인 수비 두 개가 가져다 준 결과는 승리였다. 롯데는 SK를 상대로 7-2 승리를 거두면서 3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섰다. ‘수비 요정’ 번즈의 그물망 수비가 거인군단의 진격보폭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인천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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