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옛 동부 ‘DB’ 새 사령탑
김주성 역할 줄고 윤호영은 부상, 허웅도 입대해 완전히 새로운 팀 “젊은 선수들 타성에서 벗어나야”
2016∼2017시즌 프로농구가 끝난 뒤 DB(동부의 새 이름)의 새 사령탑에 오른 이상범 감독(48)은 할 말은 하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맏형 같은 푸근한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해박한 농구 지식과 논리로 잘못된 부분은 꼭 짚어주는 스타일이다. 이런 지도력으로 KGC 감독 시절인 2011∼2012시즌 팀을 챔피언에 올려놨다.
하지만 DB를 맡고 나서는 말수가 줄었다는 평가다. 자체 훈련이든 다른 팀과의 연습 경기든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고 실수에 질책을 하기보다는 말없이 지켜보는 일이 잦다.
이 감독은 DB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그리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틀에 바로 맞추려 하지는 않고 있다. 이 감독은 “‘이상범’부터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팀의 본래 체질을 위아래에서 구석구석 지켜본 뒤 거기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의미다. 그 기간 자신도 바꿀 부분이 있으면 변할 생각.
지난 시즌이 끝나고 DB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포인트가드 박지현이 은퇴했고, 슈터 허웅은 상무에 입대했다. 은퇴가 가까워진 팀의 정신적 지주 김주성은 사실상 3쿼터 후반부나 4쿼터에 ‘도우미’로 나선다. 윤호영도 부상으로 12월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주전으로 뛰어본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이 감독은 “시즌 20승만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내심 어떻게든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DB 농구를 만드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했다.
“지금 연습하는 선수 중 일부는 프로에서 11, 12번째 멤버거나 오더에도 없었어요. 5 대 5 연습에도 제대로 끼지 못하고 늘 ‘열중쉬어’ 자세로 있던 선수들이에요. 스타가 많았던 KGC를 맡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리빌딩’이죠.”
DB는 김주성 윤호영 등 2m 내외의 장신 선수를 앞세운 고공 농구를 펼쳐 ‘동부 산성’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젠 그런 플레이도 힘들다. 이 감독은 지금 젊은 선수들이 기존 DB 농구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가드든 포워드든 센터를 중심으로 부지런히 코트 좌우로 건너가는 ‘스윙 액션’ 같은 움직임들이 많아졌다.
“DB 선수들은 자기가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이 잘 안 보였어요. 그동안 선수들이 몇몇 주전 선수에게 공을 주고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코트 구석으로 피해 있었어요. 바꿔 말하면 ‘욕 안 먹자’는 농구를 했던 거예요. 이러면 선수들이 자신의 농구 DNA를 제대로 발산할 수 없어요.”
이 감독이 내린 결론은 선수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러 연습 경기 때는 작전 타임도 잘 안 부르고 세부 작전 틀도 아직 정해주지 않고 있어요. 선수들이 플레이가 잘 안되면 벤치에서 작전이 어떻게 나오는지 무의식적으로 봐요. 틀을 정해 주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집니다. 알아서 답을 찾아야 흥이 나고 그래야 농구가 재밌어지죠.”
당연히 이 감독에게 올 시즌 누구를 기대하고 핵심 선수는 누구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일단 선수 모두 안주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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