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경기였다. 기술적인 스윙 하나가 그의 현역 마지막 경기시점을 더 뒤로 미뤘다. NC 이호준(41)에게 ‘현역’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호준은 15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준PO) 5차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다. 이번 포스트시즌(PS) 들어 처음으로 얻은 선발출전의 기회. 여기에는 NC 김경문 감독의 믿음이 있었다. NC는 5차전을 앞두고 주전 3루수인 박석민이 담 증세로 인해 선발출전이 어려웠다. 4차전까지 라인업을 고려하면 노진혁의 3루수 선발출전과 모창민의 지명타자 기용이 유력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벼랑 끝 승부’임을 고려해 백전노장인 이호준을 선발 지명타자로 선택했다. 그리고 이 ‘한 수’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두 팀의 승부는 5회초에 갈렸다. NC는 무사 1·2루 상황에서 나온 재비어 스크럭스의 선취 적시타로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가져가고 있었다. 후속타자 모창민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찬스가 계속됐고, 6번타자 이호준 앞에 밥상이 차려졌다.
이호준은 조정훈을 상대했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준PO 2차전(1타수 무안타)에서 그를 딱 한번 만났을 뿐이었다. 데이터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불리한 면이 있었지만 이호준은 특유의 장기로 상황을 헤쳐 나갔다. 정확한 ‘게스 히팅’을 통해 조정훈의 포크볼을 공략했다. 2B-2S 상황에서 바깥쪽에 낮게 떨어지는 시속 130㎞짜리 포크볼을 기술적으로 걷어냈다. 타이밍이 늦은 것까지 고려해 한 손을 놓는 타법으로 타구를 중견수 앞에 떨어뜨렸다. 3루주자 나성범이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NC는 2-0으로 달아났다. 이호준은 이후 대주자 이종욱과 교체되며 덕아웃에서 격한 환영을 받았다. KBO 준PO 통산 최다타점(14점)을 새롭게 쓴 것에 대한 후배들의 인사였다. 물꼬를 튼 베테랑의 한방 덕분에 NC 타선은 폭발했다. 5회에만 7득점하며 적지에서 롯데를 크게 격파했다. 이호준은 스스로의 기량으로 자신의 은퇴 무대를 플레이오프 이상으로 가져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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