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도쿄 6개 대학 야구 리그에서 도쿄대가 호세이대에 승점(勝ち点)을 얻은 것이다. 이 리그는 두 대학 외에 와세다, 게이오, 메이지, 릿쿄대 등 명문 대학이 가입해 있다. 봄과 가을에 진행되는 리그전은 각 대학과의 경기에서 먼저 2승을 거둔 쪽이 승점을 얻는 방식. 도쿄대는 호세이대에 2연승을 거둔 것이다. 도쿄대가 승점을 기록한 건 2002년 릿쿄대를 상대로 승리한 이후 무려 15년 만이었다.
도쿄대의 승점 획득을 ‘쾌거’라 부른 건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들어간 학생 야구부가 우수한 스포츠 선수들을 모은 대학에 연승을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상상만 해도 환호할 일이다.
전통 있는 이 리그에서 도쿄대는 당연히 최약체였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승점은 고사하고 ‘94연패’라는 불명예스런 연패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최근 과거에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투수를 특별 코치로 초빙하는 등 변화를 줬다. 도쿄대는 ‘약한 것은 당연하다(弱いのは当たり前)’는 분위기를 지우려 애썼다. 이처럼 팀을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면서 ‘공부도, 스포츠도 제대로 할 수 있는 팀’이 된 셈이다. 프로를 꿈꾸는 수준의 투수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승점을 얻은 뒤 도쿄대 주장 선수는 “순위 경쟁을 하지 않으면 리그에 있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야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서쪽의 수컷(西の雄)’으로 동쪽의 도쿄 대학과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교토대도 간사이(關西) 학생 야구 리그에서 뛰고 있다. 교토대 역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리그 최다인 60연패 중이었지만 최근에는 승점도 자주 얻고 있다. 이번 가을에도 3승을 거뒀다.
한국의 경우 대학에서 엘리트 운동선수를 집중 육성하고 일반 학생 운동부는 동호회 정도로 보면서 스포츠 발전이 이뤄졌다. 아마도 도쿄, 교토대가 스포츠의 강호 대학과 서로 경쟁하는 리그가 있다는 것 자체를 희한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은 중학, 고교, 대학을 통해, 기본적으로 스포츠 특대생(特待生)이 주력인 운동부나 일반 학생의 운동부도 같은 총괄 단체 아래에서 활동한다.
물론 스포츠 특대생이 있는 학교가 운동실력도 강할 수밖에 없다. 반면 스포츠에만 신경을 쓰는 학생이 ‘운동만 하면 좋다’며 학업을 게을리 하면 문제가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선수로 은퇴한 뒤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하는 등 제2의 인생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일본에선 대학 스포츠를 개혁하는 움직임의 하나로 학생 운동 선수의 학업을 충실하게 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를 위한 제도 설계가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평일부터 경기를 하고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는 선수 육성의 폐해가 지적받은 바 있다. 한국 축구 협회는 2009년부터 주말 리그제를 도입하는 등 ‘공부하는 선수’의 육성에 힘쓰고 있다고 들었다. 청소년 야구도 마찬가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대의 쾌거는 스포츠와 학업 모두 성실히 열심히 하는, 양립할 수 있는 본보기를 보여줬다. 학생 스포츠 본연의 자세가 무엇인지 해답을 던지고 있다.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교토대 재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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