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0월 24일]“마의 6분 벽 무너지다!”…할리드 하누치, 시카고 마라톤 세계新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3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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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드 하누치의 시카고마라톤 우승 소식을 보도한 동아일보 1999년 10월 26일자 C1면.
할리드 하누치의 시카고마라톤 우승 소식을 보도한 동아일보 1999년 10월 26일자 C1면.

“마의 6분 벽 무너지다!”

1999년 10월 24일 열린 시카고마라톤 대회 결과를 보도한 동아일보 스포츠면 기사의 제목이었다. 주인공은 모로코의 할라드 하누치, 기록은 2시간 5분 42초였다. 당시 세계최고기록으로 2시간 6분벽이 마침내 깨진 거였다. 1988년 로테르담대회에서 에티오피아의 딘사모가 2시간 6분 50초의 기록으로 7분벽을 넘어선 뒤 11년 만에 6분벽이 무너졌다. 그해에는 앞서 100m 달리기에서 모리스 그린이 9.79초를 기록하며 마의 9.80벽이 깨지기도 했다. 육상경기의 최단거리와 최장거리에서 인간 한계를 무너뜨린 기록이 거푸 나온 것이다. 하누치의 기록은 100m를 평균 17.87초에 달린 셈이었다.

2시간 6분대 벽은 그때껏 인간이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마의 장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카고 대회는 그 장벽을 넘어서는 조건을 갖췄다. “시카고마라톤 코스는 시종 평평하고 마지막엔 내리막이 이어지는 코스. 게다가 이날 날씨도 섭씨 2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뒷바람이 강하게 불어 덕을 봤다는 분석이다.”(동아일보 1999년 10월 26일자 C1면)

특히 하누치는 시카고 마라톤에서 2년 전엔 우승, 앞선 해엔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실력과 자신감 모두 팽배한 상황이었다. “하누치가 6분 벽을 무너뜨림으로써 이제는 기록의 벽을 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동아일보 1999년 10월 26일자 6면 횡설수설 칼럼)

하누치는 우승 직후 “세계 신기록을 다시 쓰겠다”고 다짐했고(동아일보 1999년 11월 11일자 C1면), 3년 뒤 런던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5분 38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2년 6개월 만에 자신의 기록을 갈아 치우며 약속을 지켰다.

모로코 출신 마라토너 할리드 하누치. 그는 2000년 미국으로 귀화했다. 위키피디아
모로코 출신 마라토너 할리드 하누치. 그는 2000년 미국으로 귀화했다. 위키피디아

하누치의 시카고 마라톤 우승 당시 동아일보는 “20년 내 2시간대 벽 깨진다”는 스포츠 과학자들의 분석을 보도했다. 2014년 데니스 키메토가 세운 세계 최고 기록은 2시간 2분 57초. 비공인기록이긴 하지만 올해 5월 나이키가 개최한 마라톤 행사에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는 2시간 25초를 기록했다. 실제로 2시간의 벽을 무너뜨릴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하누치의 마라톤 훈련법은 많은 마라토너들에게 지금도 회자된다. ‘충분한 훈련 스케줄을 갖자’ ‘충분한 회복 기간을 갖자’ ‘장거리 훈련이 중요하다’ ‘좌절에서 빨리 벗어나자’ ‘스피드 훈련을 병행하자’ 등이다. 비단 마라톤에만 해당되는 훈련법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적용할 만한 훈련법이다.

시카고 마라톤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이봉주가 2007년 2시간 17분대로 7위, 김이용이 2000년 2시간 13분대로 9위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 마라톤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뒤를 이어 황영조 이봉주가 세계 정상급 실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침체기에 빠져 각종 국제대회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과연 차세대 한국마라톤을 이끌 기대주는 언제쯤 등장할지 궁금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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