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결승행 티켓이 걸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전이 25일 오후 7시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막을 올린다. 울산 현대가 결승전에 선착한 가운데,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자존심을 앞세운 수원 삼성과 챌린지(2부리그)의 희망을 품은 부산 아이파크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 ACL 무대로 나가려는 수원
두 팀 모두 FA컵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쉽사리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2016년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린 수원은 최근 서정원 감독과 3년(2+1년) 재계약을 맺고 2연패에 도전장을 냈다.
가깝게는 2019년, 멀게는 2020년까지 서정원 체제가 공고화된 수원으로선 이제 남은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일만 남았다.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첫째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확보다. ACL 티켓은 FA컵 우승팀과 클래식 상위 3팀에 주어지는데 현재 수원은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다. FA컵에선 2승이 필요하고, 클래식에선 순위 상승이 절실하다. 다만 클래식 상황은 녹록치 않다.
클래식 15승12무8패(승점 57)로 4위에 올라있는 수원은 3위 울산(승점 59)과 5위 FC서울(승점 55) 사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FA컵 우승을 통해 확실하게 티켓을 따놓겠다는 각오다.
전력상으로 앞선 수원이지만 걱정거리도 있다. 상위 스플릿라운드에 한창인 시점이라 주축선수들의 체력이 얼마나 버텨줄지 궁금하다. 주전 골키퍼 신화용은 21일 서울전에서 근육 부상을 당해 출전여부가 불투명하다. 결국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조나탄의 발끝을 믿는 수밖에 없다.
● 조진호 감독에게 선물 바치려는 부산
부산은 올해 ‘클래식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FA컵 32강부터 시작해 클래식 3팀을 차례로 꺾었다. 포항 스틸러스는 물론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가 모두 부산의 제물이 됐다. 챌린지의 희망이 부산에 달려있다.
부산 선수단이 똘똘 뭉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얼마 전 하늘나라로 떠난 고(故) 조진호 감독에게 승리의 선물을 바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부임 첫 해, 팀을 챌린지 상위권으로 올려놓으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조 감독은 10일 급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져 모두의 안타까움을 샀다. 선수단의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고인이 된 스승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제자들은 이후 챌린지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고 뭉클한 작별인사를 건넸다.
공교롭게도 이번 FA컵 준결승전은 부산이 조 감독이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홈경기다. 부산은 이러한 의미를 되새기고자 수원전에 앞서 추모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고인의 생전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방영되고, 별도의 추모공간이 구덕운동장에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