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야수 정의윤(31)은 2017년 겨울이 바쁘다. 11월의 첫날 오전 정의윤은 오랜 연인 이하야나 씨와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12월 결혼식이 예정돼 있다. 2014년 첫 만남 후 지난해 혼인신고를 했다. 고맙게도 이 씨는 여자의 인생에서 아름다움의 정점을 보여줄 결혼식을 기다려줬다.
결혼식, 그리고 신혼여행에 앞서 정의윤은 또 하나의 일생일대 결정을 앞두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협상이다. 2005년 LG에서 1군 데뷔한 이래 먼 길을 돌아왔다. 2015시즌 도중 LG에서 SK로의 트레이드가 정의윤 야구인생의 분기점이었다. 2016년 SK 4번타자로 커리어하이(144경기 타율 0.311·27홈런·100타점)를 찍었다.
그러나 정작 FA를 앞둔 2017년, 정의윤은 또 한번 시련에 직면했다. 4월 타율 0.240(2홈런·7타점), 5월 타율 0.250(2홈런·5타점)으로 감각을 잃었다. 타순은 하락했고, 심지어 2군까지 떨어졌다. 안간힘을 다해 훈련에 매달렸다. 그러나 팀 성적이 좋을수록 정의윤은 잊혀져갔다.
정의윤은 “정말 힘들었다”고 웃으며 결산했다. 다 끝나고, 웃을 수 있음은 그래도 성취감의 증거다. 6월 이후 정의윤의 타율은 0.365(230타수 84안타)에 달했다. 이 기간 OPS(출루율+장타율, 0.960)는 SK에서 최정(1.136) 다음으로 높았다. “결국 자기 성적 찾아갔다”는 SK 염경엽 단장의 말처럼 타율 0.321로 시즌(112경기 112안타)을 끝냈다.
그러나 정의윤은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즌 5위, 와일드카드 결정전 1경기 만에 탈락한 팀을 위한 기여가 부족했다는 아쉬움과 반성이다. 시즌 초반 큰 도움을 못 줘 SK 4번타자로서 기대감을 갖는 팬들의 질타도 쓴 약으로 삼으려 한다.
어렵사리 얻은 FA 권리이지만 여건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김현수, 손아섭, 민병헌, 이용규 등 유난히 외야수 FA 자원이 넘친다. 정의윤은 “FA 된 것이 어딘가?”라며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SK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팀이다. 좋은 기억만 준 팀이다. 잔류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의윤은 “아직 FA가 됐다는 실감은 없다. 그만큼 1군에서 많이 뛰었다는 것이니 개인적으로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곁에 있던 와이프를 향해서 “이 친구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