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K리그 명문구단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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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3일 05시 30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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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 K리그는 올해까지 총 35시즌을 치렀다. 그동안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을 안은 팀은 9팀뿐이다. 2017시즌의 왕좌는 전북 현대의 차지였다. 통산 5회 우승이다. 이는 성남 일화의 7회, FC서울의 6회에 이어 포항 스틸러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횟수다.

전북이 무서운 건 최근 9년 사이 5번이나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도 두 번(2006년, 2016년)이나 했다. 전북 독주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는 투자의 결실이다. 남들이 소극적일 때 전북은 선수영입이나 클럽하우스 건립 등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 전북의 기세는 기존 강호였던 서울, 포항, 수원, 울산 등을 뛰어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런 전북을 ‘신흥 명문’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명문구단의 실체는 무엇일까. 또 명문구단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일단은 성적이 받쳐줘야 한다. 가슴에 별을 단 유니폼이 없는 구단을 명문이라 부르기는 어색하다. 누구나 인정할 정도의 우승 횟수를 쌓아야한다. 매 시즌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는 안정된 전력도 필수다. 기복이 심하면 곤란하다. ACL 출전권이 기준선이 될 수도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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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순위가 높다고 무조건 명문 타이틀을 달 순 없다. 한 때 성적만을 위해 구단을 운영하며 우승 횟수를 늘린 팀이 있었지만, 팬들은 그 팀을 명문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냥 전력이 강했던 팀으로 추억할 뿐이다.

성적과 함께 연고 지역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구단 운영의 목표 중 하나가 지역 사회와의 소통이다.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야 생존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연고 지역에 확실하게 뿌리 내리기 위해 지역과 소통하고, 지역에 봉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팬은 K리그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관중 없는 프로스포츠는 의미가 없다. 구단은 최상의 팬 서비스를 할 의무가 있다. 그라운드의 선수와 관람석의 팬이 함께 호흡할 때 구단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구단이 연고 지역을 위해 투자하고 팬들이 구단을 응원해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한다. 이 모두는 돈 없이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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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과 함께 흥행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적인 현실에서 모기업(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의존이 절대적이면 곤란하다. 재무구조의 불균형으로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독립경영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야한다.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다. 입장수입이나 스폰서 계약, 선수이적 등은 물론 다양한 수익구조를 개발해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해야 한다.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한다.

성적을 내고,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요소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스타플레이어다. 팬들에게 꿈과 희망, 재미와 감동을 주는 중심에 스타들이 자리한다. 명문이라면 시장에 내놓을만한 특급 스타 몇 명은 보유해야한다. 연고지역 스타면 더 좋다. 유망주 육성도 빼놓을 수 없다. 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장기적인 유스 시스템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름 있고 능력 있는 감독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아울러 사무국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능력도 중요하다. 운영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들의 능력은 명문구단의 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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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운영의 방향성도 명확해야한다.

지역과 지역민, 그리고 우리 사회를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구단의 비전을 분명히 하고, 중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해 묵직하게 걸어가야 한다. 이는 곧 미래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구단이어야 한다.

한번 명문 소리 들었다고 영원한 명문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운영을 통해 미래 설계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한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구단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이 같은 방향을 설정하고 꾸준히 달려가는 구단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구단이라면 명문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K리그 명문구단은 몇 개쯤 됩니까.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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