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메이트’ 김기태-조계현의 파격동행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3일 05시 30분


KIA 김기태 감독(왼쪽)과 조계현 수석코치는 2012년부터 5년 넘게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선후배를 떠나 ‘믿음’으로 묶여 있는 이 둘의 끈끈한 관계는 호랑이 군단을 8년 만에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둘은 함께 있으면 유쾌하면서도 진지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기태 감독(왼쪽)과 조계현 수석코치는 2012년부터 5년 넘게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선후배를 떠나 ‘믿음’으로 묶여 있는 이 둘의 끈끈한 관계는 호랑이 군단을 8년 만에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둘은 함께 있으면 유쾌하면서도 진지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기태 감독, 조계현 수석은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아니다. 고향도 다르고 출신학교도 다르다. 김기태 감독은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를 나왔고 조계현 수석은 군산에서 태어나 군산상고를 나왔다. 호남 울타리 안에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 살피면 조 수석 부모님은 한국전쟁 때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이주한 실향민이다. 대학도 다른 곳을 나왔다.

학연, 지연도 없고 선수시절 인연은 1999년 삼성에서 한해 스치듯 함께 뛴 것이 전부였다.

더구나 김 감독은 명 타자, 조 수석은 명 투수 출신이다. 그러나 두 남자는 지금 ‘소울 메이트(Soul mate)’다. 우승컵을 함께 하늘 높이 올리며 눈물을 함께 흘린 영광이 있기까지 서로를 향한 우정은 눈물겹다.

놀라운 점은 두 남자의 나이다. 김 감독은 1969년 생으로 올해 만 48세. 조 수석은 1964년 생으로 김 감독보다 다섯 살 위다. 나이와 학번부터 묻고 서열을 따지는 한국사회, 특히 선후배 관계가 더 엄중한 경기인 출신으로 망년지우(忘年之友)를 실천하는 것 자체가 흐뭇하다.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KIA가 정상에 오르며 김기태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항상 그 곁에서 묵묵히 ‘푸근한 엄마’로 역할을 다한 조계현 수석의 살림솜씨도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버나디나의 세리머니를 따라하는 김기태 감독-조계현 수석코치.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버나디나의 세리머니를 따라하는 김기태 감독-조계현 수석코치.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의 11번째 우승 키워드 ‘동행’의 첫 출발이었던 김기태 감독, 조계현 수석의 남다른 우정에는 많은 울림이 있다.

야구선수 김기태와 조계현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각각 포지션에서 손꼽히는 슈퍼스타였다.

조 수석은 “내가 해태에 있었고 감독님이 쌍방울에서 뛰었을 때였다. 전주 원정 경기였는데 첫 타석에서 삼진을 잡은 공을 두 번째 타석 승부처에서 던졌는데 ‘딱!’ 대형 홈런이 됐다. 쌍방울 응원석에서 외치는 ‘방울~방울~쌍방울~’함성을 들으며 ‘당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날 마주쳐서 조용히 물었다 ‘혹시 일부러 삼진 당한 거냐?’ 아 그 때는 감독님이 아니었으니까 반말로(웃으며) 했다. 그랬더니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빙그레 웃기만 하더라. 선수 대 선수로, 남자대 남자로 무엇인가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김 감독은 조 수석의 이름이 나오면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종종 편안한 저녁자리를 함께 할 때면 감독, 수석 코치보다는 서로를 깎듯이 위하는 형제가 된다. 여럿이 함께하는 사석 자리에선 “자 들어보세요. 얼마나 재미있는지 배꼽을 잡습니다”라는 소개로 입담 좋은 조 수석의 선수 시절 무용담을 청하는 것도 언제나 김 감독이다.

2008년 두 남자는 2008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코치로 함께 승선하며 본격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눴다. 물과 고기의 만남처럼 서로에게 끌렸고 두주불사라는 공통점은 밤새도록 야구에 대한 토론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했다.

LG 시절 김기태 감독-조계현 수석코치(왼쪽). 사진제공|LG트윈스
LG 시절 김기태 감독-조계현 수석코치(왼쪽). 사진제공|LG트윈스

2012년 김 감독이 LG 사령탑에 올랐을 때 조 수석은 수석코치를 맡으며 특별한 동행이 시작됐다. 2014년 김 감독에 이어 조 수석이 연이어 LG를 떠났다. 조 수석은 그 해 겨울 kt 2군 감독직을 제안 받았다. 그러나 며칠 후 김 감독은 KIA 새 사령탑에 올랐고 곧장 조 수석에게 다시 삼고초려하며 수석코치를 부탁했다. 조 수석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감독 후보군이 될 수 있는 안정적인 자리를 사양하고 김 감독의 손을 다시 잡았다. 두 남자의 남다른 우정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파격적인 두 번째 동행이었다.

조 수석은 김 감독과 함께 친정 KIA에서 우승컵을 함께 들어올렸다. 투수 출신임에도 조 수석은 마운드 전력 운영에 대해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투수코치의 판단을 항상 존중한다. 대신 야수출신인 김 감독과 투수라는 ‘학문’에 대해 항상 깊이 있는 토론을 해왔다.

김 감독과 조 수석은 감독과 수석코치이며 항상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모든 것을 털어 놓을 수 있는 형제이자 친구로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KIA가 우승하고 이틀 뒤 조 수석에게 늦은 축하 인사를 했다. 돌아온 답이 걸작이다. “감독님, 선수들 덕분에 행복합니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