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차범근이 한국축구에 고함 “언제까지 히딩크만, 그리워 할 것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3일 05시 45분


전설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울림이 있었다. 수렁에 빠진 한국축구를 두고 자책하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한국축구가 새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 차범근이 왜 모두가 인정하는 전설인지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에 참석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차범근. 사진제공 | 차범근축구교실
전설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울림이 있었다. 수렁에 빠진 한국축구를 두고 자책하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한국축구가 새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 차범근이 왜 모두가 인정하는 전설인지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에 참석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차범근. 사진제공 | 차범근축구교실
■ “지금은 변화해야 할 때…토종 지도자 키워야”

1. 지도자 육성 : 우수한 지도자에 충분한 기회를
2. 유소년 지원 : 차붐·손흥민 능가할 선수 키워야
3. 시스템 구축 : 일본처럼 축구 선진시스템 절실


심각한 표정의 레전드는 사과부터 했다. 그리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한국축구의 암담한 현실을 떠올렸다. 그걸로 끝내지 않았다. 나아갈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지도자와 유소년 육성이 그가 진심을 담아 내놓은 해법이었다.

‘한국축구의 전설’ 차범근(64) 전 대표팀 감독은 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분데스리가 레전드투어 인 코리아’공식기자회견에서 “한국축구의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2000년 유럽선수권(유로 2000) 예선에서 부진했던 독일축구의 교훈을 얘기했다. 당시 독일은 조별예선에서 탈락해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그는 “한국축구가 어렵다. 축구선수 되겠다는 어린이들은 줄어들고, 팬들 역시 관심을 거두고 있다. 월드컵 9회 연속 출전티켓을 얻었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유로2000에서 중도 탈락했을 때의 독일도 그랬다. 당시 독일축구의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유로2000 조별리그 탈락으로 불안이 현실로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20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독일은 브라질월드컵 우승은 물론이고 각종 대회와 연령별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며 세계축구의 리더가 됐다”고 소개했다.

사진제공|차범근 축구교실
사진제공|차범근 축구교실

이제 한국축구도 ‘변화’에 눈을 돌릴 때라고 주문했다.

“한국축구도 2000년의 독일처럼 필연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이 2000년의 아픔을 딛고 전성기를 가져온 것처럼 우리도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차 전 감독이 특히 강조한 게 바로 지도자 육성이었다. “언제까지 히딩크 감독을 그리워하고 외국인 감독이 와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독일처럼 완벽한 지도자를 키우기는 어렵지만 우수한 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한국에는 꼭 축구를 잘하지 않았어도 좋은 지도자를 꿈꾸고 희망하는 지도자가 많은 것으로 안다. 독일축구가 어려움을 겪고 나서 지금자리로 올라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명의 선수 뢰브(독일축구대표팀 감독)가 지도자를 하면서 거두고 있는 성과는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뢰브는 선수시절 프랑크푸르트에서 차 전 감독과 함께 뛰었다. 선수시절에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독일축구를 이끄는 출중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관심을 쏟고 있는 유소년 육성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중국축구가 엄청난 힘으로 세계를 향하고 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선진시스템을 배우고 일본화 하는 것에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일본처럼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해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진심이다”고 호소했다.

사진제공|차범근 축구교실
사진제공|차범근 축구교실

그는 초등·중등·고등연맹과 조율한 뒤 대한축구협회와 독일프로축구연맹에 도움을 구할 것이라면서 한국축구의 앞날을 밝히기 위해서는 “차붐과 손흥민을 능가하는 선수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8월 분데스리가가 선정한 ‘분데스리가 레전드 네트워크 앰배서더’에 이름을 올린 차 전 감독은 독일프로축구연맹이 2일부터 4일까지 국내서 여는 홍보행사에 참석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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