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레프트 정지석(22)은 얼핏 재능으로 충만한 배구선수처럼 보인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드래프트 지명을 받았다. 오자마자 베테랑이 즐비한 대한항공에서 즉시전력감이 됐다. 국가대표도 됐다. 리시브, 공격, 블로킹 등에 걸쳐 딱히 약점이 없다.
‘2017~2018 도드람 V리그’ 미디어데이에서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언제 프리에이전트(FA) 되느냐?”고 정지석을 향해 공개 질의했다. 물론 장난이 섞여있었지만 그 정도로 탐낼만한 자원이다.
그러나 정지석을 바라보는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정지석이 배구천재도 아니고…. 아직 더 발전해야 될 선수다. 그리고 발전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말한다.
대한항공의 ‘2017~2018 도드람 V리그’ 1라운드 출발은 썩 경쾌하지 못하다(3승2패 승점 8점).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이지도 않다. 우승후보 평판을 아직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박 감독이 시즌 포커스를 후반부에 맞춰놓은 영향도 없지 않다. 실제, 레프트 김학민의 출장을 최대한 아껴왔다.
이런 대한항공의 1라운드 고전에는 ‘정지석을 키워야 한다’는 박 감독의 의중도 담겨 있다. 정지석은 잘하는 것도 많지만, 범실도 많다. 커리어는 출중해도 어린 선수인지라 코트에서의 멘탈 관리가 흔들릴 때도 있다. 김학민, 신영수 등의 대안이 웜업존에 있음에도 박 감독은 정지석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고 있다. 어려움도 겪어봐야 선수가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한항공에도 언젠가 세대교체, 리빌딩의 물결이 다가올 것이다. 그럴 때 팀의 축이 되어야 할 선수는 현실적으로 정지석, 세터 황승빈(25) 등이다. 시행착오를 일정부분 감수하더라도 박 감독이 이들을 중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3일 “김학민이 들어오면 정지석, 곽승석, 신영수 등과 상황에 따라 쓰임새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서서히 스퍼트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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