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 37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를 앞두고 제주 조성환 감독은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36라운드에서 전북 현대에 지는 바람에 우승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우승 들러리를 섰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 죽은 모습이 남아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딸 수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위험한 말씀은 하지 마시라”며 정색했다.
사실 제주 입장에서 올 시즌은 무척 아쉽다. 전북과 견주면서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다. 초반 전북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둘 정도로 전력이 탄탄했지만 전북에 33라운드에서 0-1, 36라운드에서 0-3으로 연거푸 지는 바람에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제주 선수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렇다고 시즌이 끝난 건 아니었다. 순위는 2위지만 ACL 출전 티켓을 확정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수원 삼성이다. 제주는 유독 홈에서 수원에 약했다. 2013년 7월10일 홈에서 벌어진 FA컵에서 1-0으로 이긴 뒤 4년여 동안 홈에서 이기지 못했다.
게다가 여건도 썩 좋지 않았다. 오반석, 마그노(이상 경고누적 3회), 박진포(경고 2회 퇴장) 등 징계로 전력 누수가 생겼다. 이날 홈 최종전을 갖는 제주의 목표는 분명했다. 2위 확정으로 2년 연속 ACL 출전 티켓을 확보하는 것과 홈에서 수원 징크스를 깨는 것이었다. 2위 확정이 중요한 이유는 3위를 할 경우 ACL 플레이오프(PO)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제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수원과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66점을 확보한 제주는 19일 서울과의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2위를 확정지으며 2년 연속 ACL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중원싸움에서 치열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 여기저기에서 나뒹굴었다. 그만큼 몸싸움과 신경전이 치열했다. 전반 중반 제주의 멘디와 권한진이 결정적인 슛을 날렸지만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선방에 막혔다. 반격에 나선 수원도 박기동의 찬스가 무산되는 등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됐다.
제주는 후반에도 이창민과 류승우의 찬스가 무산되면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제주의 2위가 확정됐다. 물론 흥이 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화끈한 승리를 거둔 것도 아닌데다 36라운드 전북전 패배의 여파가 컸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최종전에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우리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여건을 잘 극복해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내년에는 죄송하다는 말보다는 더 노력해서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마지막 남은 ACL 티켓의 한자리는 최종전에서 가려진다. 수원(61점) 울산(59점) 서울(58점)이 경쟁하는 가운데 수원은 전북, 울산은 강원, 서울은 제주와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