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여자 피겨스케이팅 스타였던 아사다 마오(淺田眞央·27)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많아졌다. 각종 대회에서 한국의 김연아의 맞수였던 아사다는 지난해 12월 전 일본 선수권에서 12위에 머물렀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4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 아사다가 지난 8월 자신이 오랜 기간 이용하고 있다는 세안 비누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직접 비누 거품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예술을 선보였다. 예술품(?)을 완성한 뒤에는 “너무 진지하게 만들었네요. (그래도) 예술 점수는 100점”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한 감기약 광고 발표회에 참석했다. 이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스케이트 강습도 열었다. 그는 “스케이트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교실이 됐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아사다는 요즘 달리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 첫 번 째로 12월 호놀룰루 마라톤을 위한 특별 훈련 중이다. 그의 목표는 ‘4시간 반 이내 완주’. 그 후에는 탤런트로 활동 중인 친언니 아사다 마이(淺田舞)와 홋카이도의 온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숨 막히는 선수생활을 떠나 유유자적한 일상 속에서 다음의 목표를 세우는 것처럼 보인다.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 대사인 김연아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아사다는 선수 시절 서로 절차탁마한 관계였다.
아사다는 은퇴 기자 회견 당시 “(김연아와) 서로 경쟁해 온 김연아에 대한 생각은?”이라는 질문에 “15,16세 정도부터 함께 경기에 출전했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받으며 스케이팅 수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김연아 역시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둔 2013년 공항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끊임없이 비교됐고 (선의의)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었다. 서로 피하고 싶지만 동기 부여나 자극이 됐다.” 아사다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다만 서로의 일(미래)에 대해선 별다른 코멘트를 하는 사이는 아니다. 김연아는 아사다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언론의 문의에도 소속사는 “개별적인 대응은 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아사다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도 아사다가 6위에 그쳤지만 김연아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렇다고 해도 김연아는 선의의 라이벌이었던 아사다를 의식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일부 일본 빙상 관계자 들 사이에선 이런 얘기도 나온다. “김연아는 아사다에 대해 (좋거나 나쁘거나) 어떤 발언을 해도 결국 일부 아사다 팬들로부터 인터넷상에서 욕을 먹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것 같다.”
은퇴한 두 사람이 이번에는 함께 피겨 스케이팅과 겨울스포츠를 부흥시키는 모습을 볼 순 없을까. 한일 양국 간 잠재된 앙금은 놓아두고, 순수하게 ‘재미있는 것, 좋은 것을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것이다.
10월 한국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 올림픽위원회의 타케다 츠네카즈(竹田恒和) 회장과 회담했을 때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와 아사다가 (피겨 공연 등) 액션을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현실로 이뤄질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쁜 얘기는 아닌 것 같다.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교토대 재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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