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많이 걱정했던 승부였다. 축구국가대표팀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평가전에서 많은 변화를 줬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최전방에 세우며 투 톱을 꺼내고, 포백 수비진을 통째로 바꿨으며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제외한 미드필드 라인에 ‘멀티’를 접목시켰다.
여러 모로 만족스러웠다. 90분 혈투가 끝난 뒤 경기장 전광판은 2-1 한국의 승리를 알리고 있었다. 손흥민이 2골을 몰아쳐 일등공신이 됐다. 세트피스 실점은 안타깝지만 희망적인 부분이 훨씬 많았다. 부진을 거듭하다 물러난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은 신태용(47) 감독도 모처럼 활짝 웃었다.
이란(홈)~우즈베키스탄(원정)으로 이어진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을 전부 득점 없이 비기고, 러시아~모로코로 연계된 10월 유럽 원정 시리즈에서도 무기력한 패배를 맛본 신 감독은 부임 5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다.
한국은 3월 시리아와 최종예선 홈경기(1-0) 이후 승수를 쌓지 못했다. 유독 고달픈 여정에 마침표가 찍히고 마침내 희망의 빛이 들어온 순간. 경기 내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열정적인 제스처로 제자들을 독려하고, 골이 터질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한 신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신 감독과의 일문일답.
-모처럼 승리를 얻었다. 경기 소감은?
“어제(9일) 사전기자회견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소집기간 내내 선수들의 눈빛과 행동 모두 하고자 하는 의욕이 읽혀졌다. 콜롬비아전을 준비하며 많은 고민을 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스코어를 떠나 경기내용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맙다.”
-한국이 체력적으로, 전술적으로 모두 우수했는데(콜롬비아 기자).
“콜롬비아는 강호다. 일대일 싸움은 절대 불리하다. 포인트는 협력수비였다. 1명이 밀리면 다른 1명이 달려드는 플레이를 했다. 잘 막으면서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연계 플레이가 잘 이뤄졌다.”
-오랜만에 투 톱 전술이 나왔다.
“손흥민의 활용법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토트넘 경기를 많이 지켜보면서 손흥민을 어떻게 해야 살릴지를 계속 생각했다. 4-4-2 포메이션이 더블 체크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 좋다고 봤다. 파라과이-콜롬비아전을 참고했다. 수비시에는 안으로 좁히고, 공격시에는 활짝 벌려가는 모습을 준비했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코치진(토니 그란데)의 역할은 어땠나.
“자신들의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스페인대표팀의 훈련 프로그램까지 공유해줬다. 식사와 수면시간 이외에 국내 코치들과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최종예선 때와 지금 수비진은 큰 차이가 있다.
“10월 유럽원정에서는 임시방편으로 포어-리베로와 쓰리백을 활용했다.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역할을 얼마나 해줄 수 있는지를 점검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 풀백이 있어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중심으로 한 주변과의 호흡을 다듬는데 주력할 수 있었다.”
-후반 막판 염기훈(수원삼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동시 투입했다.
“수비를 강화할 수 있었지만 중원에 좀더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1골을 더 넣기 위해 공격적인 교체카드를 썼다.”
-고요한(FC서울)을 미드필드 중앙에 배치했는데.
“콜롬비아 주력인 하메스가 몸싸움을 싫어한다. 초반부터 강하게 따라붙으며 맨 마킹을 하라고 지시했는데, 고요한이 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 효과를 봤다.”
-부임 첫 승이다. 어떻게 작용할까.
“솔직히 경기 전 미팅 때 선수들에게 전달한 메시지가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거는 잊자’고 주문했다. 오늘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쌓게 됐다. 12월 동아시안컵은 또 반쪽짜리 구성이 될 수 있겠으나 내년 3월 평가전까지 많은 자신감을 안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 승리가 팀 모두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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