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쓰는 법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1일 03시 00분


신태용호, 강호 콜롬비아 2-1 눌러
‘손흥민 투톱’ 전략 성공 혼자 2골, 중앙침투 뒤 패스 받아 슈팅 연결
13개월 만에 A매치 필드골 작렬… 돌아온 기성용 롱패스도 위력적

한국의 역습이 시작되자 손흥민(토트넘)은 콜롬비아의 골문을 향해 질주했다. 이근호(강원)가 측면에서 시도한 크로스는 권창훈(디종)의 몸을 맞고 손흥민의 앞으로 향했다.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 2명이 손흥민을 막아섰지만 그는 침착하게 수비수의 다리 사이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골 망을 흔들었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의 평가전 전반 11분에 나온 손흥민의 선제골 장면이다. 손흥민의 스피드와 골 결정력, 동료들의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손흥민은 후반 15분에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원맨쇼’에 힘입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2위 한국은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랭킹 13위)를 2-1로 꺾었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5경기(1승 2무 2패) 만에 거둔 값진 첫 승이다.

손흥민의 활용법을 찾는 것은 대표팀의 오랜 숙제였다. 그동안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뛰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중앙으로 이동시켜 이근호와 투 톱으로 뛰게 했다. 손흥민이 소속팀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과 투 톱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손흥민의 보직 변경은 대성공이었다. 활동량이 많은 이근호가 중앙과 측면을 활발히 오가며 상대 수비를 분산시켰고, 손흥민은 중앙으로 빠르게 침투한 뒤 동료의 패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했다. 또한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미드필더들이 상대 수비 뒤 공간으로 쇄도하는 공격수에게 한 번에 연결하는 긴 패스의 정확도도 높았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콜롬비아전에서 내게 붙은 물음표를 떼내겠다”던 손흥민은 약속을 지켰다. 투 톱으로 성공적인 경기를 치른 그는 지난해 10월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이후 13개월 만에 필드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유럽 방문평가전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했지만 이는 페널티킥 골이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손흥민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한 전술을 고안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선수들 모두 내 지시를 잘 수행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공세에 당황한 콜롬비아는 거친 태클 등 비신사적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콜롬비아의 에드윈 카르도나는 양 손가락을 눈가에 대고 찢는 제스처를 취해 한국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

강호를 꺾고 자신감을 회복한 대표팀은 14일 울산에서 세르비아(랭킹 38위)와 평가전을 치른다.

한편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무이사와 이임생 신임 기술발전위원장 등 협회의 새로운 집행부는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 대표팀의 경기를 관전했다.

수원=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축구#콜롬비아 평가전#손흥민#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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