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외국인 라이트 심슨(24)이 쓰러졌다. 1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GS칼텍스전 1세트 때였다.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부축을 받고서야 코트를 빠져나갔다.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선수가 플레이 도중 아픔을 호소하면 십중팔구 부상이 중하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도 경기 직후,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심슨은 고관절이 아팠다. 치료를 받으며 뛰었다. 불안했던 부위가 부상으로 이어졌다. 이제 부상 정도가 얼마나 위중한지가 관건이다.
흥국생명은 13일 심슨을 전문병원으로 보냈다. 정밀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심슨이 언제부터 뛸 수 있을지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다치기 전까지 심슨은 195점을 올렸다. 인삼공사 알레나(224점)에 이어 V리그 여자부 전체 2위였다. 흥국생명에서 심슨 외에 득점 20위 안에 포함된 선수는 이재영(105점)이 유일하다. 그러나 레프트인 이재영은 상대 팀의 리시브 폭탄을 감당해야 한다. 이 상황에 심슨마저 없으면 공격 부담이 가중된다. 12일 GS칼텍스전은 공수에 걸친 이재영의 초인적 활약 덕에 4연패를 끊는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얻었다. 그러나 계속 이렇게 할 순 없다.
박 감독은 심슨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줬다. 한번은 트라이아웃에서 세간의 예상을 깨고, 심슨을 재지명한 것이다. 또 한 번은 심슨이 2017~2018시즌을 코앞에 둔 시점에, 한국의 안보불안을 이유로 미국에 갔을 때도 복귀를 기다려줬다. 심슨은 흥국생명을 위해 나름 헌신하는 배구를 보여줬다. 그러나 고관절을 다쳐 상황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대체선수를 구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른 나라 리그도 이미 시작됐다. 트라이아웃 후보에 남은 선수들도 어딘가에서 뛰고 있다. 데려오려면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흥국생명 사정이 다급할수록 협상은 불리해질 것이다.
심슨의 부상이 치료로 가능하다면 일정기간, 국내선수들로 버티는 방안도 유력하다. 라이트 이한비가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미봉책이다. 급한 불은 껐어도 흥국생명이 치고 올라갈 길은 멀고 희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