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스피드스케이팅이다. 겨울이면 전국의 운하가 거대한 빙상장으로 변하는 네덜란드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이자 국기(國技)다.
빙상강국 네덜란드의 저력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역대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장 많은 105개의 메달(금 35개, 은 36개, 동 34개)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도 전체 12개의 금메달 중 8개를 네덜란드가 쓸어 담았다. 다가올 평창 겨울올림픽 또한 독주체제를 이어가려는 네덜란드와 이를 저지하려는 추격자들의 견제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경기장 안팎을 가리지 않는 네덜란드의 저력
스포츠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 노트’가 이달 1일 내놓은 올림픽 메달 예상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에 걸린 총 14개의 금메달(이번 대회 남녀 매스스타트 신설) 중 6개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남자 1000m, 5000m, 1만 m와 여자 매스스타트, 남녀 팀 추월 등의 종목 시상식에서 네덜란드 국가가 울려 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덜란드 전력의 중심에는 ‘황제’ 스벤 크라머르(31)가 있다. 지난 대회 5000m와 팀 추월에서 2관왕을 차지한 크라머르는 평창에서 올림픽 5000m 첫 3연패라는 전설에 도전한다. 1만 m 금메달 후보로도 꼽힌다. 여자 매스스타트의 이레너 스하우턴(25) 또한 한국의 김보름(24)과 앞뒤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빙상 강국 네덜란드의 저력은 경기장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당장 한국 대표팀 또한 평창 대회를 앞두고 네덜란드의 보프 더용을 코치로 영입했다. 네덜란드의 선진 노하우를 전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일본도 단거리와 장거리를 각각 담당하는 네덜란드 코치 2명을 영입해 전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 추격자 한미일
네덜란드의 질주를 제지할 대항마로는 한국, 미국, 러시아 등이 꼽힌다. 그레이스 노트는 한국, 미국, 러시아, 체코가 각각 평창에서 2개씩의 금메달을 딸 것으로 전망했다.
안방 평창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한국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앞서 한국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체대 동기 이승훈(29·남자 1만 m), 이상화(28·여자 500m), 모태범(28·남자 500m)의 활약에 힘입어 금메달 3개로 네덜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당시 대표팀의 막내였던 이들은 이제 대표팀의 어엿한 맏형, 맏언니로 밴쿠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조명이 쏠리는 건 빙속 여제 이상화의 올림픽 여자 500m 3연패 여부다. 지난 시즌 종아리, 무릎 부상에 시달렸던 이상화는 지난주 네덜란드에서 열린 1차 월드컵 여자 500m 1, 2차 레이스에서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올림픽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승훈과 김보름도 남녀 매스스타트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1500m 세계신기록(1분50초85) 보유자 미국의 헤더 베르흐스마(28)는 1000m, 1500m 2관왕을 노린다. 체코의 마르티나 사블리코바(30) 또한 여자 3000m, 5000m 장거리 금메달 유력 후보다. 그레이스 노트의 선택은 받지 못했지만 일본 대표팀의 최근 상승세도 무섭다는 평가다. 일본 여자 대표팀은 1차 월드컵 금메달 8개 중 6개를 목에 걸었다. 이상화와 맞수 고다이라 나오(31)의 여자 500m에서의 자존심 대결도 이번 대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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