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 두쿠르스냐, ‘안방’ 윤성빈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6일 03시 00분


[평창 이 종목, 메달 기상도/평창올림픽 D-85]<2> 남자 스켈레톤, 사실상 양자 대결

21세기 남자 스켈레톤은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의 ‘독재체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쿠르스는 2009∼2010시즌 종합 1위를 찍은 후 한번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매 시즌 종합 1위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글로브를 8년 연속 독차지했다. 세계선수권 우승도 5차례 차지한 두쿠르스는 12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1차 월드컵에서도 어김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통산 월드컵 우승을 49차례로 늘렸다.

스켈레톤에 관해서라면 ‘모든 것을 가진 남자’ 두쿠르스지만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아직 인연이 없다. 2006년 토리노에서 열린 올림픽 데뷔전에서 7위에 올랐던 두쿠르스는 세계 스켈레톤 무대를 접수한 뒤 나선 두 차례 올림픽(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에서 모두 안방 선수에게 밀려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에 머물렀다.

두쿠르스의 올림픽 ‘노골드’는 스켈레톤의 홈트랙 이점의 상징이기도 하다. 개최국 선수들은 타국 선수들이 이용할 수 없는 시설에서 맘껏 훈련할 수 있고 이런 어드밴티지가 성적으로 이어진다. 스켈레톤은 이제껏 올림픽에서 연패를 이룬 선수가 없는 종목이다. 역대 6차례 올림픽 금메달 주인은 모두 달랐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두쿠르스를 꺾고 안방에서 금메달을 따낸 알렉산드르 트레티야코프(32·러시아)가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면 스켈레톤 역사상 첫 올림픽 2연패가 된다.

하지만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23·강원도청)이 또 하나의 ‘안방 금메달’을 벼르고 있다. 이제껏 남자 스켈레톤에서 안방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1928, 1948년 초창기에 치러진 생모리츠 올림픽과 2006년 토리노 올림픽뿐이다. 생모리츠에서 열린 두 번의 올림픽에서 스위스 선수는 모두 5위에 올랐다. 단 1928년 금메달을 딴 제니슨 히턴(미국)은 어린 시절부터 연휴 때마다 생모리츠 트랙을 놀이터 삼아 놀았고, 1948년 금메달리스트 니노 비비아(이탈리아)도 아예 생모리츠에 거주해 사실상 안방과 같은 환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들어 안방 선수가 금메달을 놓친 유일한 대회인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는 당시 39세 노장이었던 캐나다의 더프 깁슨이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기록을 세우는 투혼을 발휘했다.

평창 올림픽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2017∼2018시즌 첫 월드컵에서는 두쿠르스-윤성빈-트레티야코프가 차례대로 1∼3위를 차지했다. 이 세 명은 모두 평창 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다. 각기 금메달을 따야 할 이유도 뚜렷하다. 트레티야코프는 스켈레톤 역사상 첫 올림픽 2연패에, 두쿠르스는 자국과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에, 윤성빈은 동양인 최초로 스켈레톤 메달에 도전한다.

윤성빈은 이미 지난 시즌에도 세계선수권을 포기하고 조기 귀국해 평창트랙 훈련을 늘리는 등 전략적으로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평창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에서 1차전 실수를 2차전에서 곧바로 완벽히 보완하며 역전승을 거둔 두쿠르스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 또 이전의 안방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모두 선수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이었던 반면 윤성빈은 월드컵 풀시즌 경력이 4년 차에 그쳐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평창올림픽#스켈레톤#마르틴스 두쿠르스#윤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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