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올 정도로…상대팀 분석 또 분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7일 05시 45분


지난 우즈베키스탄 원정길에서 영상 분석 중인 코칭스태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지난 우즈베키스탄 원정길에서 영상 분석 중인 코칭스태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대표팀은 공만 찬다? 공부도 한다!

개인별 영상 분석하며 이미지 트레이닝
신태용 감독 “말보다 영상 한편 더 도움”


대표팀은 공만 차는 것이 아니다. 공부도 한다. 다만 일반인들은 그 장면을 잘 보지 못할 뿐이다. 상대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공부는 주로 숙소에서 벌어진다. 중요하다. 그래서 머리가 나쁜 선수는 대표선수가 될 수 없다.

2002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축구는 비디오를 통한 분석과 선수단 자체 토론이 각급 대표팀에 널리 활성화됐다. 시간배분과 주제만 서로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신태용(47)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을 준비할 당시, 틈틈이 준비한 영상들을 선수단 미팅시간에 보여주며 U-20 대표팀의 목표점을 제시했다.

10대 후반의 어린 선수들이 지루하지 않게끔, 또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도록 모두에게 흥미가 있는 유럽축구를 주 소재로 활용했다. 유럽 4대 빅리그는 물론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영상을 두루 정리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어떻게 어떠한 형태로 전술을 운영하는지 또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공격과 수비 때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며 팀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확인시켰다.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금도 신 감독은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에 나섰을 때도, 10월 유럽 원정을 떠났을 때도 영상 미팅은 빠짐없이 일과표에 있었다. 11월 소집 때부터는 더 영상 연구가 디테일해졌다. 상대팀 선수가 그저 왼발잡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플레이를 선호하고 ▲어떠한 수비를 싫어하는지 ▲어떻게 하면 좀더 쉽게 상대의 볼 전개를 차단할 수 있는지 등을 두루두루 가미했다.

새로 대표팀에 합류한 토니 그란데(70) 수석코치는 2010남아공월드컵 등 스페인대표팀에서 코치로 활동할 당시에 준비했던 상대국 분석영상을 태극전사들과 공유했다. 콜롬비아전은 물론, 세르비아전을 준비한 울산캠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르비아가 한국과의 경기에 앞서 치른 중국원정 평가전을 활용해 13일과 경기 당일인 14일 오전까지 2차례 상대의 패턴을 읽고 함께 연구했다. 자연스레 영상미팅 시간이 길어졌다.

상대 선수 개개인에 대한 영상연구도 많아졌다. 선수 누구나 언제든지 지원스태프에 요청만 하면 관련 영상을 개별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각자의 USB에 담아 노트북으로 영상을 돌려보고 또 본다. 대표팀의 어느 선수는 “영상을 너무 많이 보다보니 실전에서 내가 대인방어를 해야 하는 상대의 플레이가 꿈에서도 그려질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이와 별개로 코칭스태프는 별도의 분석시간을 갖는다. 외국인과 국내 코치들이 모두 함께 하다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까지 떠오른다.

신 감독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시 함께 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그저 말로 지시하거나 화이트보드에 매직펜으로 이것저것 그림을 그려가는 것보다 짧은 영상 한 편을 보여주는 편이 훨씬 좋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임무를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의 높은 가치를 설명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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