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단체생활이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도, 또 먼 길을 떠날 때도 태극전사들은 늘 함께 움직인다. 대표팀의 11월 A매치 여정에서도 이런 패턴이 유지됐지만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파주NFC가 아닌, 경기를 개최하는 도시의 특급호텔에 묵었다. 파주NFC에 비해 주변의 보는 눈이 훨씬 많아지다 보니 복장통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각자의 방에서는 뭘 입고 뭘 하더라도 자유지만 훈련장과 경기장으로 갈 때 또 팀 미팅과 식사시간에는 항상 통일복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에게 상당한 분량의 물품을 지급했다. 등번호, 영문 이름, 경기 매치업과 일자 등이 선명히 새겨진 유니폼을 홈(붉은색)·원정용(흰색)으로 구분해 각각 2벌씩 지급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하는 팀 매니저 미팅에서 유니폼의 색상이 결정되면 이에 맞춰 대표팀의 장비담당 스태프가 유니폼을 결전 당일, 일괄적으로 경기장으로 가져가 선수단 라커룸에 하나하나 정성껏 걸어놓는다.
유니폼을 2벌씩 가져가는 이유가 있다. 경기 도중 유니폼이 찢어지는 경우가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특수 소재로 제작된 유니폼은 점차 얇고 가벼워진 추세라 탄력도 좋지만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면 찢어질 때도 잦다.
이와 관련한 뒷이야기가 있다. 최근 급격히 줄어든 유니폼 교환이다. 국가대항전이 끝날 때면 양국 선수들은 기념 삼아 종종 유니폼을 바꾸곤 했는데, 지금은 선수 개개인이 가져가는 것도 빠듯하다보니 이러한 전통마저 줄어든 추세다. 특히 다음 A매치 소집을 장담하기 어려운 비주전 선수들은 “언제 다시 합류할지 모르기에 (유니폼을)직접 챙겨갈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놓았다. 유니폼은 협회에서 따로 수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억지로 반납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표선수에게 주는 조그만 특혜다.
유니폼과는 달리 훈련복은 넉넉하게 준다. 이번에 태극전사들에게는 반팔과 긴팔 트레이닝복이 따로 지급됐다. 수도권 남부지역(수원)에서 한반도 남부(울산)까지 이동하는 바람에 동절기와 하절기 복장까지 두루 마련했다.
바람막이 점퍼와 두터운 파카, 보온용 조끼도 준비했다. 선수들은 트레이닝복 위에 조끼를 입고 몸을 풀곤 한다. 선수들이 숙소에서 입는 일상복도 반팔과 긴팔 세트를 마련했다. 운동화와 슬리퍼까지 지급해 선수들이 며칠간의 짧은 소집기간이지만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다만 이번에는 유니폼으로 하계용만 제작했다. 2연전에서 긴팔 상의를 착용한 선수와 반팔 유니폼만 입은 선수들이 섞여 있었는데 긴팔로 보이는 것은 유니폼 안에 붉은색 땀 흡수용 속옷을 따로 받쳐 입었기 때문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아무런 준비 없이 훈련캠프에 오더라도 전혀 문제없다. 모든 비품들이 개인별 사이즈까지 정확히 사전에 파악해 지급된다. 스폰서 및 개인 선호도가 뚜렷한 축구화를 제외하면 A부터 Z까지 다양한 물품이 전달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