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에 나선 대만 홍이중 감독은 15일 한국전 선발 예고를 했다. 한국전이 17일임에도 미리 발표한 것은 그만큼 확실한 선발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천관위(27·지바롯데)가 그 이름이다. 어느덧 대만은 한국야구가 가는 길목을 막는 존재가 됐다. 일본야구 사정에 밝은 박유현 에이전트는 “천관위의 구위가 갈수록 좋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리가 알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의 천관위보다 업그레이드됐다는 뜻이다. 반면 만 24세 이하가 주축인 한국타선은 그때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천관위를 만만히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 소속인 천관위는 2017시즌 27경기에 등판했다. 3승4패 4홀드 방어율 3.29를 찍었다. 63이닝을 던져 5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대만이 와일드카드로 뽑은 한국전 표적선발이다. 한국 좌타라인이 껄끄러워하는 좌투수다. 한국 선동열 감독은 “천관위를 얼마나 빨리 끌어내리느냐”를 승부의 키로 꼽았다. 천관위 다음에 나올 투수는 아무래도 구위가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와일드카드로 대만은 마무리투수 우완 천위신(28·라미고)을 뽑았다. 그만큼 불펜이 헐겁다는 정황증거다.
대만 홍 감독은 기대할 선수로 외야수 왕보룽(24·라미고)을 꼽았다. 왕보룽은 대만프로야구에서 2년 연속 4할 타율을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에서 영입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일본 매스컴이 이번 대회에서 자국선수들 다음으로 취재에 열을 올리는 선수가 왕보룽이다. 요미우리 소속의 와일드카드 양다이강(30·요미우리) 이상이다. 일본이 국제대회에서 한국보다 대만에 더 주목하는 듯한 흔치 않은 모습이다.
흔히 대만야구를 두고 ‘비닐에 덮여있다’고 말한다. 잘 보이는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정보가 많지 않다. 반면 대만은 한국을 연구한다. 이런 데이터의 비대칭 구조는 한국야구가 대만을 만나면 곧잘 고전하는 사태를 빚는다.
그런데 이번엔 카드를 미리 보여준 대만과 달리, 한국의 선동열 감독이 말을 아낀다. “대만은 일본전이 끝난 다음”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15일까지 대만전 선발을 함구했다. “16일 일본전에서 투수 엔트리 12명 전원이 대기한다”는 원칙만 정했다.
선 감독은 투수교체의 대가다. 반드시 결승에 가기 위해 대만을 잡으려면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극대화할 것이다. 선 감독은 “단기전은 투수를 기다려주는 것보다 이기기 위해서 교체 타이밍을 빨리 잡는 편이 더 중요하다”라고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