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절망과 ‘실낱같은’ 희망의 카드를 함께 받았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러시아의 도핑 검사 기관인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에 대한 자격정지 징계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WADA는 2015년 11월 러시아 육상계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고발한 보고서를 토대로 RUSADA의 자격을 정지했다. WADA가 RUSADA의 자격정지를 계속 유지함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이 제대로 된 도핑검사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도핑을 적극적으로 저질렀다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게 됐다.
이미 이사회 전날 WADA 준법감시위원회가 RUSADA의 지위 회복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도부에 권고했던 것이 이사회의 최종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날 결정으로 러시아의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막아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여부는 다음 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WADA의 태도는 예상과는 달리 조심스러웠다.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만 하더라도 WADA가 2012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RUSADA가 실시한 러시아 선수 대상 약물 검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러시아 선수들의 추가 도핑사례가 폭로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관련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 대신 전날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수준에서 자격정지 유지 결정이 이뤄졌다.
WADA는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여부 판단은 IOC에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크레이그 리디 WADA 위원장은 RUSADA의 자격정지가 유지되면서 러시아의 평창 올림픽 출전 전망이 어두워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WADA는 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IOC의 결정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했다. 올리비에 니글리 WADA 사무총장도 “우리는 RUSADA의 규정 준수 여부를 따질 뿐 러시아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리디 위원장은 러시아 도핑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WADA가 요구하는 두 가지 조건을 러시아가 수용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러시아가 대규모 도핑을 실시했다는 캐나다 법의학자 리처드 매클래런 보고서를 인정하라는 것과 둘째는 러시아 선수들의 소변 샘플에 대한 접근과 조사를 허용하라는 것이다. 리디 위원장은 “며칠 전 러시아 정부 조사위원회로부터 조사에 협력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WADA의 결정이 IOC의 러시아 올림픽 출전 허용 여부 판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리디 위원장은 “IOC의 결정까지 2주 반 정도가 남았는데 여러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한겸 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위원장(고려대 의대 병리학 교수)은 “WADA 내에서도 제재가 무조건 능사는 아니라는 기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지위 회복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겨울 스포츠 강국인 러시아의 자정 노력을 계속 유도하는 분위기로 끌고 가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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