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전 선발로 임기영(KIA)을 지명했다. 그동안 연막을 쳤을 뿐, 한국에서의 평가전 때부터 점찍었다.
한국이 APBC 결승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경기로 처음부터 대만전을 설정했다. 그럼에도 첫 경기인 일본한테 호락호락 질 수도 없었다. 전술상의 어려움 속에서 선 감독은 장현식(NC)을 일본전 선발로 선택했다. 장현식과 임기영은 모두 포스트시즌에서 담대한 투구를 보여줬다.
두 투수의 순서를 가른 가장 결정적 요소는 슬라이드 스텝이었다. 일본의 기동력을 차단하기 위해 필수적 덕목이었다. 선 감독은 17일 “임기영의 슬라이드 스텝이 1.9초 안팎인데 장현식은 1.2초 안팎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차이가 장현식의 일본전 등판을 불렀고, 비록 패배(연장 10회 7-8)했지만 유의미한 결과(5이닝 1실점)를 불러왔다.
대만전에 임기영이 단일안으로 떠오른 또 하나의 이유는 박세웅(롯데)의 컨디션이었다. 미즈노 공인구에 적응이 더뎠다. 박세웅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비롯한 변화구의 위력이 반감됐다. 선 감독은 “박세웅이 서운할 수 있겠지만 단기전은 투수의 현재 컨디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투수를 기용할 때, 전체 기록보다 최근 데이터를 중시한다. 박세웅이 훌륭한 시즌을 보냈지만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다소 떨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선 감독은 대만전 직전, 임기영 다음 투수로 박세웅을 준비할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임기영이 눈부신 투구를 펼치자 7회(투구수 109구)까지 밀어붙였다. 8회 2사까지 박진형(롯데)~마무리 장필준(삼성)이 던졌다. 1-0의 긴박한 승리 과정에서 박세웅의 등판 기회는 없었다.
역설적으로 박세웅은 19일 일본과의 결승전 선발이 유력해졌다. 더 큰 판이 기다리는 셈이다. 시행착오 그리고 기다림마저도, 모든 것이 경험인 APBC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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