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33·클리블랜드)의 별명은 ‘킹 제임스’다. 말 그대로 ‘농구의 왕’이다. 내·외곽 공격을 가리지 않는데다 어지간한 빅맨보다 리바운드를 더 잘 잡는다. 패스나 경기조율은 기본이다. 타이론 루 감독이 올 시즌 팀의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길 정도다. 못하는 것이 없는 선수다. 이처럼 르브론 제임스가 NBA의 왕이라면 KBL에서는 SK의 애런 헤인즈(36)가 ‘왕’이다.
헤인즈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정규리그 16경기에서 평균 23.13점(5위)·10.31리바운드(6위)·7.19어시스트(1위)를 기록했다. 19일 KGC와의 경기에서 15점·11리바운드·7어시스트를 올렸다. 18일 삼성과의 서울 라이벌전에서는 15점·13리바운드·12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88-86)로 이끌었다. 벌써 시즌 3번째 트리플더블이다.
SK는 올 시즌 전력누수가 있다. 간판스타 김선형(29)이 발목골절 및 인대파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근에는 최준용(25)이 국가대표팀에 차출되면서 자리를 비웠다. 김선형과 최준용은 팀의 중추다. SK는 올 시즌 15경기에서 12승3패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핵심전력 선수가 빠진 가운데서도 팀 성적과 경기력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헤인즈의 존재 때문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헤인즈의 노쇠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지난시즌 막바지 보여준 경기 지배능력이 예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상이력도 우려를 낳았다. 오리온에서 뛴 두 시즌(2015∼2016, 2016∼2017) 동안 부상으로 무려 37경기를 결장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헤인즈는 SK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노쇠화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기량이 더 늘었다. 오리온에 몸담을 때만해도 일단 자신의 공격이 최우선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포인트가드 못지않은 패싱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바람에 SK를 만나는 팀마다 헤인즈를 대비한 수비를 준비해 나와도 큰 효과가 없다. 자신에게 몰리는 수비를 패스를 통해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최근 3경기 연속으로 10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승부처에는 반드시 득점을 올리는 ‘승부사 본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말이다.
2차 연장까지 펼쳐진 모비스와의 홈경기에서는 43점·15리바운드·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 역사상 트리플더블을 하면서 40점 이상 기록한 선수는 헤인즈가 처음이다. KBL은 바야흐로 ‘킹 헤인즈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