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선동열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APBC 결승, 일본에 0-7 참패
투수들 큰 경기 부담감에 ‘새가슴’… 박세웅-심재민 등 볼넷 실점 자초
타선도 다구치 완급투에 침묵

역시 큰물에서는 강심장이 필요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자신 있게 공을 던지던 24세 이하 투수들은 결승 한일전이라는 부담에 얼어붙은 새가슴이 됐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제1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에서 마운드 난조 속에 일본에 0-7로 완패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 한일전에서 보여준 대역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16일 예선 일본전(7-8 패)에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던 한국은 투수들이 한일전에 큰 부담을 느끼며 경기 내내 일본 타자들에게 끌려가는 승부를 펼쳤다. 선발로 나온 박세웅(롯데)부터 제구력 난조로 흔들렸다.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지 못하고 불리한 카운트로 몰리면서 볼넷 등으로 1, 2회 대량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박세웅은 2회말 무사 1, 2루에서 1루수 류지혁(두산)이 상대 희생 번트 타구를 병살타로 잡아낸 덕택으로 3회말 삼진 3개를 잡으며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4회말 다시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결국 선취점을 내줬다.

볼넷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박세웅 이후 나온 심재민(kt), 김명신(두산), 김윤동(KIA)이 일본의 하위 타선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고 상위 타자들에게 불리한 카운트로 몰리다 적시타를 맞고 스스로 무너졌다. 0-4로 뒤진 6회말에 나온 김대현(LG)도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추가로 2실점했다. 한국 투수들은 6회말까지 볼넷을 8개나 허용하고 자멸했다. 반면 일본의 좌완 선발 투수 다구치 가즈토(요미우리)는 마치 유희관(두산)을 연상시키듯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0km 초반대에 불과했지만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제구력과 완급 조절로 한국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타자들의 리듬을 뺏었다. 다구치는 7이닝 동안 안타 3개, 몸에 맞는 공 1개만을 허용하고 무실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1, 2번 테이블 세터인 박민우(NC)-이정후(넥센)는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10년 가까이 대표팀 테이블 세터를 맡은 정근우-이용규(이상 한화)를 이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4번 타자로 일본과의 2경기에서 홈런과 장타를 뽑아낸 김하성(넥센)도 수확이다. 내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동열호에는 정교한 일본 마운드 공략과 불펜 및 마무리 투수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야구챔피언십#ap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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