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위 사진처럼 받고 띄우고 때리는 종목입니다. 배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렇게 공격 기회 한 번에 공을 터치할 기회가 총 세 번 있습니다. 이 세 번을 각각 1단, 2단, 3단이라고 부르죠.
그래서 이상합니다. TV 중계 때 아나운서가 해설위원이 ‘2단 공격’이라고 부르는 플레이가 실제로는 대부분 3단에 나오거든요. 세터 등이 진짜 2단에 공격할 때는 2단 공격이라는 말보다 ‘2단 패스 페인트(feint)’ 같은 표현을 더 많이 쓰고요. 도대체 이 3단 플레이를 2단 공격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여기서 말하는 ‘2단 공격’은 상대 공격을 (가까스로) 받아낸 다음이거나 서브 리시브가 흔들려 미리 약속한 플레이를 하기 힘든 상황에서 일단 공을 높게 띄운 다음 공격하는 걸 뜻합니다. KBSN에서 프로배구 2017~2018 도드람 V리그 중계 때부터 2단 공격을 설명할 때 ‘하이 볼’이라는 용어를 쓰는 건 아마 ‘공을 높게 띄운다’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2단 공격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용어를 바꿀 생각을 했을 거고요.
2단 공격이 실제로는 3단 공격이기 때문에 이단이 한자로 두 이(二)를 쓰는 ‘二段’이 아니라 다를 이(異)를 쓰는 ‘異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배구 관련 일본 사이트를 찾아보면 일본 사람들도 ‘니단(二段)’이라고 쓰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글로 쓸 때는 2단이든 이단이든 모두 상관없지만 확실히 숫자로 2단인 겁니다.
그러면 왜 이 3단 공격을 2단 공격이라고 부르게 된 걸까요? 정답은 배구 규칙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에 따르면 블로킹은 터치 횟수에서 빠집니다. 그러니까 유효 블로킹 그러니까 상대 팀 스파이크가 우리 팀 블로커 손에 맞은 상태에서 공을 건져내면 그 순간이 1단입니다. 남은 터치 횟수가 아직 두 번 더 있기 때문에 선수 한 명이 공을 띄우고(2단) 공격수가 스파이크를 때리는 과정(3단)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76년 현재 내용으로 규칙을 바꾸기 전까지는 이런 경우에 블로킹이 첫 번째 터치였습니다. 그러면 이제 터치 기회가 두 번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공을 한번 띄우고(1단) 스파이크를 때리면 2단 공격이 됐습니다. 블로킹은 수비 행위라고 봤기 때문에 공격 시도만 따져서 2단 공격입니다. 이제 규칙은 바뀐 지 오래지만 그 의미는 여전히 살아남아서 실제로는 3단 공격을 2단 공격이라고 부르고 있는 겁니다.
2단 공격은 그 특성상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19일까지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 전체 공격 성공률은 딱 50%. 2단 공격 성공률은 이보다 8%포인트 낮은 42%입니다.
삼성화재가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 역시 2단 공격을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삼성화재는 현재까지 팀 2단 공격 성공률 47.7%로 남자부 7개 팀 중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개인 2단 공격 성공률(2단 공격 시도 50개 이상 기준)을 살펴봐도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타이스가 51.6%로 1위, 같은 팀 주장 박철우가 51.0%로 2위입니다.
삼성화재만 잘 나간다고 라이벌 팀 현대캐피탈 팬 여러분 너무 배 아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공격 범실까지 계산에 넣는 ‘공격 효율’을 따져 보면 2단 상황에서 제일 좋은 성적을 거둔 건 0.400을 기록한 현대캐피탈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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