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슨 울린 ‘50cm 퍼트’…우승 눈앞이던 18번홀 공 홀컵 돌아나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5시 45분


렉시 톰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렉시 톰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멘탈 흔들린 톰슨, 주타누간에 우승 헌납

50cm도 안 되는 짧은 퍼트 하나가 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꿨다.

렉시 톰슨(22·미국)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56야드)에서 열린 2017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250만 달러) 최종라운드 17번홀까지 많은 희망을 부풀렸다. 파5 홀에서 멋진 어프로치에 이은 짧은 버디퍼트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15언더파 단독선두가 됐다. 우승까지 한 홀만을 남겨뒀다.

이날만 6타를 줄인 톰슨은 파4 18번홀에서 2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중앙에 올렸다. 투 퍼트로 파만 해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톰슨은 장거리 버디 퍼트를 시도했지만 짧았다. 볼은 홀 컵 50cm 부근까지 전진했다. 거리감이 뛰어난 퍼트였다. 주말골퍼도 마음 편하게 홀 안으로 집어넣을 거리에 공은 놓였다. 홀 주변에 경사도 없었지만 골프는 역시 멘탈게임이었다.

무난하게 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톰슨의 그 퍼트는 공이 홀 컵을 돌아 나오는 바람에 실패. 몇 년전 김인경이 메이저대회 우승을 놓친 18번 홀의 그 퍼트가 떠올랐다. 대회 우승과 올해의 선수 역전 우승이 이 한 퍼트에 모두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아서인지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결국 3번의 퍼트로 한 타를 잃은 톰슨은 추격자들에게 희망을 줬다. 아쉽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톰슨은 재빨리 경기장을 빠져 나가 연습그린으로 갔다. 연장전을 대비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톰슨이 포함된 조 뒤에서 경기를 치르던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주타누간은 1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톰슨과 중간 합계 14언더파로 동률을 이뤄냈다. 2번째 샷이 그린 옆의 벙커에 빠져 위기에 몰렸지만 벙커탈출 이후 원 퍼트로 버디를 기록하며 희망을 부풀렸다. 주타누간은 18번홀에서도 만만치 않은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그 순간 연습그린에서 그 사실을 모른 채 웃으며 퍼트연습을 하는 톰슨의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톰슨은 연습 때 50cm 거리의 짧은 퍼트를 연속 성공시키고 있었다. 만약 경기에서 그 퍼트를 성공시켰더라면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박성현, 유소연(이상 한국)을 따돌리고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18번 홀의 그 퍼트 실수 하나로 꿈은 사라졌다.

놀라운 장타를 앞세워 그린 주변까지 공을 보내는 능력은 지구상 어떤 선수보다 뛰어난 톰슨은 올 시즌 퍼트가 좋아지며 정상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3차례의 연장전에서 지는 등 아직 멘탈이 강하지 않은 약점이 드러났다.

그래도 톰슨은 많은 걸 이뤄냈다. CME 글로브 파이널 포인트에서 7450점으로 1위에 올라 1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손에 넣었다. 시즌 평균 타수에서도 69.114타로 1위를 차지했다. 박성현이 가장 원했던 상이다. 그밖에 상금랭킹 3위(187만7181달러), 올해의 선수 공동 3위(159포인트), 톱10 피니시 확률 48%로 공동 3위 등 전 부문에 걸쳐 상위성적을 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마쳤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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