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협상 결렬” 4분 뒤 발표… 두 번째 FA, 유니폼 바꿔 4년 계약
“보상금 감수 적극적 태도에 흔들려”
프로야구 롯데 안방인 부산 사직구장은 전국 최대의 노래방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영원한 애창곡이 될 줄만 알았던 ‘롯데의 강민호’ 응원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강민호(32·사진)가 21일 삼성과 4년 총액 80억 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총액 40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깜짝 계약’을 했다. 롯데에서만 14시즌을 뛰며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린 강민호는 명실상부한 롯데의 얼굴이었다. 2016시즌까지도 롯데 주장을 맡은 강민호는 4년 전 첫 FA 때는 ‘강구못’(FA 시장에서 강민호는 구경도 못 할 것)이라는 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팀에 대한 충성심도 높았다. 하지만 어쩌면 야구 인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2번째 FA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롯데는 이날 오후 1시 50분 강민호와의 FA 협상 결렬을 발표했다. 구단이 총액 80억 원을 제시했지만 강민호가 시장의 평가를 원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4분 뒤인 1시 54분 삼성이 총액 80억 원에 강민호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똑같은 조건에 유니폼을 갈아입었기에 의문이 따랐다.
강민호는 계약 후 “10년 넘게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저의 미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진심으로 다가온 삼성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롯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삼성 팬들께도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같은 조건에도 이적을 택한 배경에 강민호는 “보상금까지 내주며 나를 데려갈 팀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적극적인 삼성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강민호의 전년도 연봉의 200% 금액(20억 원)과 보상 선수 1명(영입 구단의 보호 선수 20인 제외)을 영입하거나 전년도 연봉의 300% 금액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004년 롯데에 입단해 2006년부터 주전 포수로 뛴 강민호는 태극마크를 달고도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2014 아시아경기 금메달 등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마다 홈 플레이트를 지키며 활약했다.
집토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됐던 강민호의 깜짝 이적 소식과 함께 삼성이 FA시장에서 철수한 가운데 이미 원소속 팀 두산과 협상이 결렬된 민병헌과 해외 진출을 비롯한 다양한 루트를 고민 중인 롯데 손아섭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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