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General Manager·단장) 야구’ 시대다. 한국 프로야구도 시간이 흐를수록 메이저리그처럼 현장보다는 프런트 쪽으로 점차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프런트의 중심은 단연 단장이다. 스포츠동아는 오프시즌을 맞아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들을 차례로 만나 구단의 당면과제와 장기비전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원년(1982년) 이래 35년 넘게 한국만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10개 구단 대부분은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데, 경영상의 측면에서 모기업의 지원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생 능력이 강한 미국의 메이저리그와는 사뭇 다르다.
구단의 단장은 야구단의 모든 살림을 총괄하는 프런트 수장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경영은 물론 선수단 운영에 있어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그러나 국내 구단 단장들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모기업의 경영적 측면과 현장 지도자들의 요구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로서의 색깔이 여전히 강하다.
kt 임종택 단장은 올해로 부임 2년 차를 맞은 마법 군단의 수장이다. 본사 경영지원통이었던 그는 2016년부터 단장 역할을 맡아 본격적으로 야구단에 뛰어들었다.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 영입, 워터캐논 페스티벌 개최 등 운영과 경영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야구인 출신이지만 누구보다 현장에 귀 기울이며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는 임 단장을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났다.
-경영지원 파트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스포츠 구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본사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맡았었는데, 스포츠구단에서 쓰이는 비용을 검토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관심도가 더 커졌다. 2015년에 kt 농구단 단장으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계에 뛰어들었다. 야구단 단장은 2016년부터 맡았는데, 타 종목과 비교하면 시장이 정말 크더라. 왜 야구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신생구단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경영지원이나 조직관리 측면에서 나만의 노하우가 있어 용기 있게 도전해봤다.”
-단장으로 부임한 지 1년이 지났다. 본인이 생각하는 단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단장은 모든 면에서 다르다. 최근에 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비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더 많다. 야구와 관련한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 감독이 전투에서 병사들을 이끄는 지휘관이라면 단장은 뒤에서 병참업무를 담당하는 지휘관이라고 볼 수 있다.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서 원하는 야구가 실현될 수 있게 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것이 내 임무다. 원활한 소통을 만들지 못하면 불협화음이 나고 현장에서 100%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 중 하나다.”
-앞서 언급했듯 이제는 선수, 감독을 거치며 전문성을 갖춘 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매우 환영한다. 아무래도 야구인 출신은 선수들이 필요한 것과 현장의 애로사항을 잘 이해하지 않겠나. 프런트로서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다만, 야구단은 야구만이 전부인 곳은 아니다. 효율적인 운영, 차별화된 팬 마케팅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중요한 것은 출신이 아니다. 단장으로서 맞이하는 현재와 앞으로의 미래다. 구단을 운영하는데 있어 얼마나 열정을 보이고 실행력을 담보로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구단 운영에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건강한 구단 문화를 정착시키고 팬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것이다. 우리 팀은 인성, 근성, 육성을 기조로 삼고 있다. 선수들에게 누차 인성과 근성에 대해 강조한다. 이는 성적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팬들에게는 kt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워터 페스티벌과 같은 문화도 ‘어떻게 하면 다른 즐거움을 제공해 드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다. 우리는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관중은 전년 대비 0.6% 상승했다. 심혈을 기울인 부분을 팬들도 알아주신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올리고 싶다.”
-구체적으로 단장은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지역 연고지 팬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우선 지역 야구 저변확대를 위해 팬들이 구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늘렸다. 또한 지역 내 유력 단체장이나 커뮤니티 리더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야구를 경험해 보지 못한 계층에게 야구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었다. 동시에 사회공헌활동과 그 뜻을 구단 운영에도 녹였다. 단순히 연예인 시구를 많이 하면 관중은 늘고 수익은 오른다. 그러나 일시적인 요인일 뿐이다. 우리는 앞서 말했듯이 건강한 구단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구단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시구, 장애인 시구 등 팬들 가슴에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시구자를 많이 초청하려 노력했다.”
-매번 스스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인가? 이번 황재균 영입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모든 일에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 권한위임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 직원들은 그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다. 다만 이번 황재균 선수 영입은 내가 프런트의 수장으로서 명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었다. 전면에 나서야 할 때는 확실하게 운신하는 것이 단장으로서의 역할이다.”
-황재균 영입에 대한 여론이 100% 좋지만은 않다.
“황재균 선수는 우리가 지난해부터 줄곧 관심이 있었던 선수다. 지난 성적과 미래가치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금액을 산정했다. 전력강화를 위한 투자와 우수 선수의 영입은 구단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투자의 적기나 영입 우선순위를 전략적으로 판단해 실행했다. 앞으로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
-kt 구단의 당면과제와 장기적인 비전을 말해 달라.
“내년 시즌 과제는 당연히 탈꼴찌다. 또한 이를 넘어 중위권으로 도약하는 팀으로 성장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단과 프런트가 기본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세밀한 부분에서도 신경 써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원 지역에 튼튼하게 팀의 기반을 다져 경기 지역 팬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구단이 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상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만한 전력을 갖춰야 한다. 구단 각 분야가 긴밀하게 연계된 시스템을 구축해 장기적 비전을 조금씩 실현시켜 나가겠다.”
● 임종택 kt 단장은?
▲출생=1964년 11월 10일(만52세) ▲학력=수원수성고~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주요 경력=kt 부산 마케팅단 지사장, kt 경영지원실 노사협력담당, kt 경영지원실 경영지원담당 상무, kt 스포츠 농구단(e스포츠, 사격, 하키 포함) 단장, kt 위즈 단장(2016년 10월 ~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