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어머니 선물이 대표팀 발탁으로 넘어지고 깨지며 亞오픈 3위 폭풍성장 내년 亞게임 찍고 도쿄올림픽 메달 도전
작은 사건 하나가 역사를 바꾼다. 인생도 그렇다.
3년 전 호주 여행을 다녀온 어머니가 사준 크루저보드(주행용)가 인생을 흔들어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동건(17·압구정고)은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다. 대표선발전을 겸해 용인 죽전에서 열린 아시아오픈대회에 입상해 6월 태극마크를 단 그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평생 보드를 즐기고 싶다”는 그는 경력이 짧지만 폭풍성장 중이다. 아시아오픈 3위, Krsf 스케이트보드 투어 2017 죽전 2위, Gsd 베스트트릭 1위에 올라 대표팀 일원이 됐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깨지면서 스스로 거둔 수확이다. 스위치힐플립(보드를 공중에서 한 바퀴 돌려 다시 타는 기술)을 가장 즐기는데 기술이 추가될 때면 격한 쾌감을 느낀다. “보드의 매력은 규칙이 없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플레이를 펼쳐낼 수 있다. 기술을 스스로 만든다.”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을 위해 내년 초 예정된 국가대표 선발전에 대비하는 이동건은 계단과 장애물을 뛰어넘고 난간을 타는 연습에 집중한다. 솔직히 쉽지 않다. 제대로 보드를 탈 공간은 서울 뚝섬유원지 한강공원에 1곳 마련돼 있을 뿐이다. 그래서 1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서 국제대회 규격에 맞는 코스를 경험하고, 보드가 활성화된 일본 도쿄에서 전지훈련을 예정하고 있다. 2020도쿄올림픽에는 정식 종목으로 스케이트보드가 포함됐다.
스트릿(장애물 경기)과 파크(조형물 경기)로 나눠 남녀 2개씩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내년 아시안게임도 여기에 맞춰질 전망이다. 이 중 이동건은 스트릿에 집중하고 있다. “역사가 짧아서인지 선수층도 두텁지 않고 훈련시설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 특히 외국은 어릴 적부터 자전거를 접하듯 보드를 즐기는데 난 아주 늦게 시작했다.”
물론 경력이 길다고 올림픽에서의 선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동건의 가장 큰 무기는 ‘간절함’이다.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8시간은 보드에서 발을 떼지 않는다. 집에서도 훈련은 계속된다. 각종 국제대회 영상을 돌려보며 새 기술의 영감을 얻는다. “1분 내지 45초, 짧은 시간 내에 10가지 이상의 기술을 보여야 한다. 영상에서 본 기술을 실전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많이 한다.” 다만 이미지트레이닝에 실전연습까지 24시간이 부족한 지금은 잘하는 기술을 실수 없이 플레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시안게임을 찍고 올림픽으로 향하는 이동건의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