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에서 세터가 해야 할 일을 이보다 잘 설명한 문장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배구 팬 중에는 세터를 ‘가위바위보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양 날개와 가운데 중에서 어느 코스로 세트(토스)할 것인지 판단해 스파이크 앞의 벽 그러니까 블로킹 벽을 열어 공격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게 세터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니까요.
실제 결과도 그렇습니다. 27일 현재 기준으로 프로배구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한 명일 때 공격 성공률은 55.9%로 2명 또는 3명일 때 47.4%보다 8.5% 포인트 높습니다. 확실히 ‘블로킹을 벗겨내면’ 공격 성공률이 올라갑니다.
그러면 이렇게 블로킹을 가장 잘 벗겨낸 선수는 누구일까요? 현대캐피탈 팬 여러분 기뻐하세요. 여러분의 노홍렬 아니 노재욱(25·사진)이 주인공입니다.
노재욱이 현재까지 세트를 시도한 건 총 554번. 한국배구연맹(KOVO)에서는 이 중 540번에 대해 상대 블로커 숫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540번 중에서 상대 블로커가 한 명도 없던 건 42번(7.8%), 1명일 때는 205번(38.0%)이었습니다. 그러면 블로커가 0명 또는 1명인 경우(0+1)는 총 45.7%가 됩니다.
KB손해보험에서 주전 세터 황택의(21) 뒤를 받치는 양준식(26)이 41.3%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3위는 40.2%를 차지한 대한항공 한선수(32)가 차지했습니다. 세트를 100개 이상 기록한 세터 중에서 이 ‘0+1’ 비율이 40%를 넘긴 건 이 세 명뿐입니다.
노재욱에 이어 이승원(24)이 4위에 오른 데서 눈치챌 수 있듯이 팀 순위에서도 현대캐피탈이 41.2%로 0+1 순위 1위였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삼성화재가 승점 25점으로 2위 현대캐피탈(18점)에도 7점 앞선 채 1위를 달리고 있는 게 신기해 보이기도 합니다. 2위 현대캐피탈과 최하위(7위) OK저축은행(12점) 사이 승점 차이(6점)가 1, 2위간 승점 차이보다 오히려 적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역시 외국인 선수 타이스(26). 리그 전체로 보면 상대 블로커가 3명일 때 공격 성공률은 41.2%밖에 되지 않지만 타이스는 블로커 3명을 앞에 두고도 공격 성공률 50.4%로 흔들리지 않는 면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타이스가 괜히 ‘2단 공격’에서 강점을 보였던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블로킹 벽에 아랑곳하지 않는 삼성화재가 블로킹 벽을 열려는 다른 팀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과연 삼성화재가 계속 상대 팀 블로킹 벽을 뚫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블로킹 벽을 여는 데 성공한 다른 팀이 결국 순위를 뒤집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상대 공격수를 잡아내고야 말겠다는 블로커처럼 매 경기 승점을 따내고야 말겠다는 각 팀도 힘껏 또 힘껏 점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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