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는 26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끝난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승부차기 접전 끝에 누르고 웃었다. 2013년 승강제가 시행된 이래 클래식(1부리그) 팀이 잔류에 성공한 것은 상주가 처음이다. 22일 승강PO 1차전을 1-0으로 이겼으나 주력들의 줄부상, VAR(비디오판독)로 이뤄진 득점 취소, 사상 첫 시행된 ‘ABBA’ 형태의 승부차기 방식 등 고비를 뚫고 일궈낸 역사이기에 더욱 값졌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클래식 정규리그 최종라운드 원정에서 무기력한 0-2 패배를 기록하며 승강PO로 내몰린 상주 구단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했다.
핵심은 컨디션 관리였다. 상주는 시즌 말미 전역선수들이 대거 발생한데다 잔류 멤버들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정상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가용 자원이 골키퍼를 포함, 22명에 불과한 채로 생존 시리즈를 준비했다.
구단은 군무원 신분의 김태완 감독과 상의해 최대한 편안한 스케줄을 마련했다. 닫힌 공간인 부대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 하며 몸을 유지하도록 했다. 18일 인천 원정을 마친 상주 선수단은 20일 부산으로 이동해 승강PO 1차전을 준비했다. 경기 당일 일정도 평소와 달랐다. 그동안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부대로 돌아갔다면 하루 더 부산에 머물며 회복에 전념했다.
승강PO 안방 2차전을 준비할 때는 아예 25일 풀 트레이닝부터 상주에서 진행했다. 맛있는 갈비탕 특식으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도록 했다. 갈비탕은 모든 선수들이 거부감 없이 즐기고 가장 좋아하는 보양식이다.
현역 군인(육군) 신분은 복무규정상 부수입을 올릴 수 없는 탓에 거액의 승리수당 등 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줄 수 없는 현실에서 상주 구단은 가능한 선에서 최선의 지원을 했다. 훈련 후에는 가벼운 외출을 허용해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가장 큰 동기부여는 물질도, 환경이 아니었다. 굳이 오지 않아야 할 곳까지 다다랐다는 데서 비롯된 심리적인 자극이 결정적이었다.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 잃어버린 자존심을 만회하고자 모두가 이를 악물었다. 한 선수는 “인천 원정이 끝난 뒤 대부분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이름값과 실력만으로 보자면 상주는 준 국가대표팀으로 불릴 정도로 멤버가 쟁쟁하다. 이런 선수들이 크게 자극받고 똘똘 뭉치자 시즌 내내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 나왔다. 온 몸으로 맞서고 부딪히며 육탄방어를 펼치자 화력만 좋던 상주는 단단한 방패까지 보유한 팀이 됐다.
또 다른 상주 선수는 “우연히 접한 팬 반응이 우릴 깨웠다. ‘너희들이 정말 우수한 선수가 맞느냐’는 통렬한 질타가 없었다면 정규리그처럼 마지막까지 무기력하게 시즌을 끝냈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결론은 선수들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