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29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비밀리에 긴급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제 22대 총재 추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사회는 KBO리그 10개 구단 사장단 모임으로 보통 안건이 있을 경우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모임을 갖는다. 그런데 29일 모임은 긴급 이사회다. 구본능 총재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라 해를 넘기지 않고 차기 총재를 선출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KBO 정관 제10조 ‘임원의 선출’을 보면 ‘총재는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추천하며, 총회에서 재적회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 후 주무관청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총회(구단주 모임)에 앞서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재적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차기 총재를 추천하려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정관에 따르면 총재는 이사회를 소집하고자 할 경우에 적어도 회의 7일 전에 목적사항을 명시하여 각 이사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소집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구 총재는 지난주 10개 구단 사장단에 29일 긴급 임시 이사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총재는 2011년 8월 22일 전임 유영구 총재의 갑작스러운 중도 퇴임으로 19대 총재에 올라 그해 말까지 잔여임기를 책임졌다. 그리고 20대와 21대 총재로 연임되면서 6년여 동안 KBO 수장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충남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요구를 받고 “양해영 사무총장과 동반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KBO 총재 자리는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돼 왔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구태의 고리를 끊기 위해 1998년 말 각 구단에서 돌아가면서 총재를 맡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박용오 OB 구단주가 총재(12~14대)에 올라 2005년 말까지 연임했다. 이후 다시 정치권에서 국회부의장 출신의 신상우 총재(15~16대)가 낙하산 인사로 내려왔지만, 이후 명지학원 유영구 총재가 선출되면서 민선 총재 시대로 돌아갔다. 이어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뒤를 이었다.
구 총재는 자신의 임기 종료에 앞서 그동안 물밑에서 각 구단의 모그룹 회장들을 직접 만나거나 친필 서신까지 보내며 차기 총재를 맡을 인물들을 추천 받았지만 모두 최근 그룹 사정이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고사해 난항을 겪었다. 야구에 애정이 깊은 여권 유력 정치인에게도 부탁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자 최근 여기저기서 자천타천 총재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소문들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9일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누구를 차기 총재 후보로 추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