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이사회가 29일 제22대 총재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만장일치로 추천했다. 앞으로 구단주 모임인 총회에서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구본능 현 KBO 총재가 이미 구단주들에게 동의를 구한 상황이라 사실상 형식상의 절차만 남아 있는 셈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무총장 선출이다. 새 커미셔너(총재)와 러닝메이트가 될 사무총장으로 누가 부임할지 야구계 전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O 정관 제10조 (임원의 선출) ②항을 보면 ‘사무총장은 총재의 제청에 의하여 이사회에서 선출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새 총재가 인물을 추천하면 10개 구단 사장단에서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사람이 많다. 새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복마전 양상을 띠는 모양새다. 자천타천 후보가 난무하고, 갖가지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아마추어 야구를 망친 주범으로 사실상 야구계에서 쫓겨난 인물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거나, 모 야구인이 정치권의 줄을 잡고 사무총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언론인 중 자가발전을 하는 이도 있다. 본인보다는 주위에서 부추기는 사례도 많다.
어쩌면 KBO 사무총장은 총재보다 더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KBO의 살림살림이를 책임져야 할 뿐만 아니라 운영과 행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 10개 구단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대외적인 정치력과 국제업무 능력도 요구된다. 마케팅 능력과 식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야구계 전반에 걸쳐 신뢰와 신망을 받는 것도 사무총장이 갖춰야할 덕목이다.
KBO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불합리한 규약을 개선해야할 뿐만 아니라 에이전트 제도, 외국인선수 제도 등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의하고 손봐야할 제도도 많다. 타이틀스폰서 계약도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새 타이틀스폰서 계약도 이끌어 내야한다. 여기에 2019년 만료되는 중계권료 계약도 숙제 중 하나다.
새 사무총장 후보에 대해 반드시 내부 승격이어야 한다거나, 외부에서 영입해야한다고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정치인이라서, 야구인이라서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KBO는 변화와 도전의 길에 서 있다. 내년이면 출범 37년째를 맞는다. 진정한 프로야구로 나아가기 위해 이제 KBO리그의 산업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다. 만성 적자를 벗어나려면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메이저리그가 MLB.com을 기반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한 것처럼 KBO도 이제 KBO.com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야구 자체에만 매몰돼 있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에 KBO리그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미래전략을 짜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제 새 사무총장도 ‘인물’을 찾을 것이 아니라 ‘방향’부터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보다는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KBO와 새 총재가 그려나갈 ‘비전’과 ‘방향’에 부합하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만 있다면 ‘공모’라는 투명한 절차를 거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KBO 사무총장이야말로 아무나 탐을 내서도 안 되고, 아무한테나 맡겨서도 안 되는 포지션이다. KBO리그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무거운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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