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단어가 바로‘죽음의 조’다. 강호로 꼽히는 3팀 이상이 같은 조에 포함되는 것을 말한다. 1970멕시코월드컵 당시 브라질·잉글랜드·루마니아·체코슬로바키아가 나란히 3조에 편성된 뒤 한 멕시코 언론이 스페인어로 “El grupo de la muerte(죽음의 조)”로 표현하면서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후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조 앞에 늘 같은 표현이 따라다녔다. 그렇다면 역대 월드컵을 수놓은 죽음의 조는 무엇이 있었을까.
1982스페인월드컵은 본선제도를 대폭 손질한 대회였다. 본선 진출국 숫자가 기존 16개에서 24개로 늘어났고, 방식 역시 4개국씩 6개조로 나누어 조별리그전(1라운드)을 벌인 뒤 12개국이 2차 리그전(2라운드)을 치르게 했다.
죽음의 조 역시 강호들이 모인 2라운드에 탄생했다. 세계축구를 호령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가 한 조에 편성된 것이다. 결국 그나마 전력이 약했던 아르헨티나가 2패로 고개를 숙였고, 정글에서 살아남은 이탈리아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피를 튀겼던 1982년 이후부터 죽음의 조는 전 세계 언론들의 상투적 표현으로 자리를 잡는다. 1986멕시코월드컵에선 서독(준우승)∼우루과이∼덴마크(이상 16강)∼스코틀랜드의 E조가, 1990이탈리아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준우승)∼카메룬(8강)∼루마니아(16강)∼소련의 B조가 자주 언급됐다.
아시아 대륙에서 최초로 열린 2002한일월드컵에선 독일(준우승)∼아일랜드(16강)∼카메룬∼사우디아라비아의 E조와 잉글랜드(8강)∼스웨덴(16강)∼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의 F조가 나란히 냉혹한 현실을 맞이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선 브라질(4강)∼멕시코(16강)∼카메룬∼크로아티아의 A조와 독일(우승)∼미국(16강)∼포르투갈∼가나의 G조가 역대 죽음의 조 명맥을 이었다.